[리우] 한국-온두라스전 보는 브라질 팬들의 '클래스'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관중은 브라질 팬들이었다. 브라질 팬들이 전반전 중반 휴대폰 조명을 켜고 그라운드를 비추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14일(한국시간) 한국과 온두라스의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이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

토너먼트는 조별리그와 다르다. 이기면 다음 라운드로 가지만 지면 집으로 가야한다. 중압감 때문일까. 한국과 온두라스는 경기 초반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것 같으면서도 세밀하지는 않았다. 중원에서의 볼 다툼이 많았다.

경기장에는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한국 팬 일부가 1층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전을 펼쳤다.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태극전사들에게는 듬직한 지원군이었다. 중남미에서 건너온 온두라스 팬이 더 많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건 역시 브라질 팬들이었다.

화려한 개인기와 득점력을 자랑하는 브라질 축구를 즐겨보는 팬들에게는 전반 경기 내용이 자칫 루즈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 문제 없었다. 브라질 팬들은 알아서 축구를 즐겼다.

전반 14분, 한국에게 코너킥 기회가 찾아오자 브라질 팬들은 "코레아~ 코레아"를 연호했다. 큰 함성이 미네이랑 주경기장을 덮었다. 잠시 후 야유 소리가 함성을 묻었다.


온두라스 팬들이 나섰다. 그런데 온두라스를 향한 야유 소리도 적잖았다. 이유가 간단했다. 이 지역 클럽팀과 라이벌을 이루는 팀의 엠블럼이 온두라스와 비슷해서다. 그 팬들은 그냥 보기가 싫었던 거다.

잠시 후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시원하게 돌파해 기회를 엿봤다. 조금씩 경기 리듬이 살아나고 있다고 느낀 것일까. 브라질 팬들은 '짝짝짝' 박수를 반복하며 흥을 돋궜다.

한번 흥이 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브라질 팬들은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파도를 탈 때의 함성과 파도를 기다릴 때 발을 동동거리는 소리가 웅장하게 반복됐다.

'흥 부자'들의 놀이는 계속 됐다. 이번에는 하나둘씩 휴대폰 조명을 켜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얀 불빛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그라운드를 환하게 비췄다.

잔잔한 경기가 계속되자 일부 브라질 팬들은 아예 발로 뛰었다. 본부석 뒤에 위치한 한국 관중 앞에 가서 소리를 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몇몇 팬들은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브라질 팬들이 축구를 즐기는 방법, '클래스'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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