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손흥민은 축구장을 떠날 때까지 울었다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2016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에서 0-1로 패한 뒤 오열하는 손흥민을 대표팀 스태프가 부축하고 있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아쉬움보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24). 동료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일어나서도, 라커룸에서도 그리고 축구장을 나갈 때까지도 그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와의 남자축구 8강전에서 수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0-1 팀 패배도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심판을 찾아갔다. 항의했다. 상대가 노골적인 '침대축구'를 했는데 로스타임이 3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말했다. "조금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그만큼 이 승부가, 승리가 절실했다.

온두라스와 한국의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이 끝난 뒤 패배의 아쉬움을 눈몰로 달래는 손흥민의 뒤로 온두라스 선수단이 기뻐하며 지나고 있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심판은 손흥민을 외면했다. 이미 부질없었던 희망의 끈마저 사라졌다. 손흥민은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오열했다.

손흥민은 라커룸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계속 눈물을 흘렸다.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공동취재구역을 지날 때에도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취재진은 손흥민이 인터뷰 없이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멈춰 섰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과의 말을 꼭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손흥민은 "다들 고생했는데 너무 아쉬운 결과를 남겨서 형들에게 미안하고 코칭스태프, 후배들 그리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제가 찬스를 놓쳤고 경기를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 그때까지도 그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진=노컷뉴스)


이어 손흥민은 경기 후 오열한 이유를 묻자 "아쉬움보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라고 답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라커룸에서는) 너무 미안해서 동료들의 얼굴을 못 봤다"고 말했다.

누구도 손흥민 탓을 하지 않는다. 팀은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격려했다. "어느 누가 골을 안 넣기 위해 노력하겠나.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이 많이 나왔다. 너무나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위로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손흥민에게는 어떤 말도 당장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축 처진 어깨로 축구장을 떠났다. 손은 계속 눈가를 매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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