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1주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화들

71년 전 오늘, 사람들은 뛰쳐나와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일본에 빼앗겼던 주권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다루기 민감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그린 영화들은 끊임없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무더운 여름,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영화를 정리했다.

◇ '암살' : 액션으로 풀어낸 일제강점기 비극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선총독부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려는 독립군들의 활약을 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현실감 있는 암살 작전을 구현했다.

영화에는 일제의 억압 아래, 저격수인 안옥윤(전지현 분)을 포함해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처럼 장르적으로 통쾌한 액션이다. 독립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되새긴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 '귀향'과 '동주' : 1940년대, 가장 잔혹했던 시절


'귀향'과 '동주'는 일제 횡포가 가장 극심했던 시기인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동주'는 청년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독립운동가 송몽규(김정민 분)의 삶을 그렸다.

두 영화 모두 '암살'처럼 큰 상업영화는 아닐지라도, 진정성 있는 관점에서 아픈 역사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고,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훨씬 그 무게가 무겁다.

아픈 역사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라 다소 보기 불편할 수도 있지만 훨씬 내밀하게 당시 우리 민족이 처했던 상황을 담아낸다.

◇ '덕혜옹주' :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한 많은 생애

극장가에서는 영화 '덕혜옹주'가 관객들을 맞고 있다. 제목 그대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였던 덕혜옹주가 일제강점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보여준다.

얼핏 보면 화려할 것 같은 덕혜옹주의 삶은 조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기력감과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 간절히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지만, 결국 그 꿈은 38년이 지나서야 이뤄진다.

영화는 덕혜옹주보다 조선인 '이덕혜'의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한다. 이덕혜는 '옹주'라는 또 다른 이름에 대해 무게를 느끼고, 고뇌를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항상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한다.

배우 손예진이 덕혜옹주의 청년시절부터 노년까지 빈틈없는 연기를 펼친다.

36년 간의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아직 채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감독들이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를 꾸준히 다루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는 "친일파도 청산되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감독들 입장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적 문제들을 영화로 끌어 와 재해석하고,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소재임에도 일제강점기 영화에 대한 수요는 계속된다. 영화 감독들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오 평론가는 "관객들 또한 이런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청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소해 주는 영화 쪽으로 가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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