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눈물 참은' 김연경 "라커룸에서는 울지도 몰라요"

韓 여자배구, 네덜란드와 8강전 석패

'언니 미안해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왼쪽)이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1-3으로 진 뒤 양효진과 함께 아쉬워하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월드 스타' 김연경(28 · 192cm)은 울지 않았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것은 같았지만 4년 전과 같은 마지막 모습은 아니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16일(현지 시각) 브라질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1-3(19-25 14-25 25-23 20-25)으로 졌다. 4강 진출은 물론 메달이 무산됐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 결정전 패배의 아쉬움을 풀지 못했다. 대표팀은 당시 일본과 3, 4위 전에서 지면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36년 만의 메달이 무산됐다. 김연경은 당시 경기 직후 굵은 눈물을 쏟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아쉬운 표정으로 우는 동료 후배들을 위로했다.

경기 후 김연경은 "많이 아쉽지만 경기는 끝났고, 최선을 다했다"면서 "홀가분하다고 해야 할지, 후회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서브에서 강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리시브도 불안했다"며 패인을 짚었다.

이날 김연경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양 팀 최다 27점을 쏟아부었고, 가장 많은 47번의 공격을 시도했다. 상대 집중 블로킹에도 53.2%의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리시브도 20번이나 부담하는 등 공수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센터 양효진만이 10점으로 거들었을 뿐 박정아(7점), 김희진(5점) 등 서브 공격수들이 막혔다. 반면 네덜란드는 주포 로네크 슬뢰체스(23점) 등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은 "결국 런던과 비교하면 경험의 차이였다"면서 "어린 선수들의 공격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안정적이 면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해외 무대로 진출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부딪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과 마음, 모두 고생이 심했다. 리시브를 받아내면서도 공격을 전담해야 하는 일은 체력적 부담이 엄청나다. 라이트가 아닌 레프트가 김연경처럼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김연경은 "긴 여정 동안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마음이었다. 워낙 집중된 관심에 적잖은 비난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김연경은 "1경기를 못 하면 한순간에 떨어지는 선수가 되고 잘 하면 갓연경, 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면서 "매 경기 많은 이야기가 나와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배구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뜨겁다. 김연경은 "많은 관심을 받아서 좋은 결과로 보답했어야 했는데 못 미쳐서 죄송하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은 관심을 받아서 감사드리고 더 큰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원래 경기에 져도 많이 울진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울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보면 울 수도 있겠는데 지금은 눈물이 안 나네요"라고 여지를 뒀다.

이게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일까. 4년 뒤 도쿄 대회 때 김연경은 32살이 된다. 김연경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연경은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어떻게 하겠어요. 마지막을 기약해야죠"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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