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재난 불씨…'부산행'과 '터널'의 연결고리

영화는 허구일 뿐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 이번 여름에는 재난 영화들이 왜곡된 사회 시스템을 시원하게 풍자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천만까지 무섭게 질주한 영화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져 온 재난 블록버스터다.

'좀비'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바이러스 전염 상황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 측의 모습 등이 현실에서 일어났던 재난 사고를 선명히 떠올리게 한다.

'부산행'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배우 김의성이 연기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이다. 그는 영화 내내 '좀비'보다 인간이 더 공포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용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도생'을 추구한다. 생존자들끼리 함께 연대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의심과 불안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긴다.

극단적인 악역이기는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에도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마치 우리 사회 현실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온갖 병폐들을 끌어 안은 듯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부산행'의 흥행 바통을 이어 받은 영화 '터널' 역시 색다른 형식의 재난 영화다.

영화는 '해운대', '타워' 등 재난을 피하려는 기존의 재난 영화들과 달리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구조 및 생존기를 그린다.

관건은 이미 당한 재난 속에서 어떻게 구조되고, 살아 남느냐에 있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려갈 여러 등장인물은 존재하지 않고, 단 한 명의 조난자에만 집중해 이야기가 흘러간다.

'터널'은 보다 직접적이면서도 코믹한 풍자들로 가득하다. 유일한 조난자 정수의 구조를 포기하려는 외부 상황에서는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꼬집었다. 허례허식에 찌든 정부 관계자 및 공무원들 그리고 허술한 구조 시스템의 문제점은 세월호 침몰부터 메르스 사태까지 각종 재난 사고에서 이미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부산행'은 '각자도생'을 일삼아 온 주인공 석우의 변화를 통해, '터널'은 끝까지 정수에 대한 구조를 포기하지 않는 구조대장 대경을 통해 아직 우리 안에 살아 숨쉬는 인간성과 양심을 일깨운다.

관객들은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꼬집는 두 영화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과연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다운 모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두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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