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에 국민들은 왜 울컥하나

"현실 그대로 옮겨놓은 듯" "세월호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

영화 '터널'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깜빡하신 것 같은데요. 저 안에 사람이 있어요." - 영화 '터널'에서 구조대장 대경의 말

꺾이지 않는 흥행세로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터널'을 본 관객들이 '세월호'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하정우)는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에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이다. 그가 지닌 것은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은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은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만 진행된다.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은 정수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며 그의 무사생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결국 인근 제2터널 완공에 큰 차질을 주게 되고, 정수의 생존과 구조를 두고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아무 잘못 없는 평범한 사람이 사회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어야 하는데 요즘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그러한 사회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이어 "결국 생명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관객들 역시 영화 '터널'의 인물과 이야기를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접목시키는 분위기다.

트위터리안 '@h******'는 "영화 '터널' 구조대장은 '지겹다' '경제 어려우니 구조 멈추자'는 이들을 향해 '깜빡하신 것 같은데요. 저 안에 사람이 있어요'라고 외칩니다. 세월호 진실 끝까지 구조해야"라고 적었다.

'@C********'는 "감독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구조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하정우와 세월호의 생존자가 오버랩되어 가슴이 먹먹하다"고, '@H*****' 역시 "영화 '터널' 보는 내내 세월호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h*******'는 "세월호 보도의 참상이 '터널'을 보는 내내 더 선명하게 떠올라 영화적 재미보다는 처연함이 앞섰습니다"라고 토로했다.

◇ "현실 '세월호'와 영화 '터널'의 차이 만들어낸 것은 '응답'"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존치교실)' 이전 작업이 시작된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책상과 유품 보존상자가 빠진 빈교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영화 '터널'은 터널 안과 밖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상황을 비추며,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는 터널 안 정수와 터널 밖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세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관객들은 극중 특종·단독 보도에 혈안이 된 언론들, 부실공사로 물의를 일으킨 시공업체, 실질적인 구조는 뒷전인 채 윗선에 보고하기 급급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한 영화 속의 작동하지 않는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 선정성을 좇는 언론, 경제적 가치에 매몰된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접하며 관객들이 기시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곧 '헬조선'의 민낯을 오롯이 드러낸 사건인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트위터리안 '@k********'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재난사고를 연상시킨다.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부실공사, 정부와 관료의 무능과 무책임, 언론의 이기적 행태, 여론을 동원한 피해자 가족 공격 등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고 평했다.

"우리의 민낯을 확인하는 과정. 불편한 게 진실인가 현실인가"(@h*******), "세월호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y********), "관객 역시 현실의 한국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기에 긴장감이 고조된다"(@i*****)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p*******'는 "김대경(오달수)이 상징하는 것은 '응답'이다. 이 응답이 세월호와 터널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구조를 그만하라는 상황에서 김대경은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냥 가버리면 미안하잖아'라며 홀로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25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터널'은 전날 12만 4387명의 관객을 보태 누적관객수 550만 2245명을 기록했다. 이번 주말에는 어렵지 않게 6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전면 단식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단원고등학교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단원고등학교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 승객인 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님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야3당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3일 공식적으로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8월 12일 여야-국회의장 협의에서 이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라며 "이에 협의회는 국회를 규탄하고 야당에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전면적인 단식을 선언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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