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기상캐스터는 이용당했군요

(사진='질투의 화신' 캡처)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기상캐스터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SBS 측에서 해명에 나섰지만 그 여파가 쉽게 진화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문제는 '질투의 화신'이 1~2회에 걸쳐 주인공 표나리(공효진 분)의 과거와 배경을 설명하는데서부터 시작됐다. 생계형 기상캐스터인 표나리는 방송국의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계약직인 기상캐스터에게 주어지는 온갖 모욕까지 참아 넘긴다. 엉덩이가 작다고 하면 자진해서 '엉뽕'(엉덩이뽕)까지 하는 인물이다.

기상캐스터에게 몸매를 강조하는 남성 PD의 모습 등은 방송가 여성들에게 유독 엄격한 외모 잣대를 풍자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캐스터 직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마치 사실처럼 방송돼 불쾌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표나리가 계약직 기상캐스터가 된 사연을 보자.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지원했던 표나리는 최종 합격자에서 탈락해 계약직 기상캐스터로 남게 된다. 기상캐스터나 되려고 힘들게 공부한 것이 아니라는 또 다른 탈락자의 대사 역시 비하 논란을 낳았다.

기상캐스터는 날씨 정보 전달을 넘어서, 직접 기상청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까지 작성하는 '전문직'에 해당한다. 그래서 실제로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지만 아나운서에 낙방한 이들이 선택에 따라 기상캐스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투의 화신'에서 날씨 방송 자문을 맡은 최윤정 전 SBS 기상캐스터는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국 소속, 기상캐스터는 보도국 소속이라 채용과정 역시 다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 무리와 아나운서 무리가 대치하는 장면, 표나리가 아나운서의 의상을 반납하는 장면 등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들 장면에서 기상캐스터들이 아나운서들에게 하대를 당하거나 저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최 전 기상캐스터는 "기상캐스터는 본인의 업무 외의 잡무는 하지 않는다. 방송국 내 구성원과의 관계 역시 상하 관계에 있지 않다. 아나운서, 스태프 등과는 서로 존대하고 존중하며 차별받지 않는다"고 잘못 알려진 부분을 정정했다.

'질투의 화신'에 출연하는 박은지 기상캐스터 역시 첫 방송 이후 SNS에 "기상캐스터들 '엉뽕'(엉덩이뽕) 안하는데, 저도 안했었고요. 재미를 위한 거겠죠?"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에 대해 SBS 측은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여주인공 표나리가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게 되는지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드라마 입장에서는 생계형 인간인 표나리에 대한 극적인 설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캐스터라는 직업 역시 표나리라는 캐릭터의 일부분임은 분명하다.

제작진이 간과한 것은 비록 허구일지라도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가 한 직업을 그릴 때, 해당 직업 종사자들이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이 사실과 너무 다른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당연히 표나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맞지만, 기상캐스터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윤정 전 기상캐스터의 말처럼 앞으로 '질투의 화신'에서 전문 방송인인 기상캐스터의 모습이 얼마나 잘 반영될지 두고 볼 일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