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김우진 #역사…공유가 간직한 '밀정' 이야기

[노컷 인터뷰 ①] "처음에는 영화적으로만 접근…연기하다보니 불타올라"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아주 독특하거나 개성이 강하지는 않다. 그저 묵묵하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낼 뿐이다. '부산행'과 '밀정'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공유의 이야기다.

공유가 맡은 '밀정'의 의열단 리더 김우진은 어찌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도 있는 역할이다. 뚝심있게 한 지점을 향해 가지만, 영화 안에서 두드러지게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담을 덜기 위해 김우진이 할 수 있는 몫을 어느 정도로 정해놓고, 그 몫만 다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역할은 이정출을 흔들어 놓는 거고요. 그러나 김우진 혼자의 정서나 노력으로 이정출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분량은 적을 수 있어도 오히려 조선인으로서의 정서를 크게 건드린 건 정채산이 아닐까 생각해요."

'밀정'은 공유만의 영화가 아니다. 이미 많은 캐릭터를 통해 그 역량을 인정받아 온 배우 송강호가 이정출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초반 김우진은 이정출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이후에는 협력과 배신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제가 자칫 뭘 잘못하거나 다 해내지 못했을 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함께 좋아하는 배우들과 작업을 하다보면 없던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칭찬 받고, 예쁨을 받고 싶은 거죠. 저를 선택한 것이 좋았다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자연스럽게 하지 않던 실수도 하고, 몸에 힘도 들어가고, 별 것 아닌 칭찬에 웃게 되고 그런 과정이었어요."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특히 칭찬에 인색하단다. 공유는 투정어린 말투로 그렇게 고백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지운 감독님이 칭찬을 잘 안 하세요. 그냥 성격이에요. 최고의 칭찬은 나쁘지 않아 정도? 본인이 오글거리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최근에 인터뷰를 통해 많이 전해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는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이정출과 김우진이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을 꼽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속셈과 정체를 다 알면서도 팽팽하게 탐색전을 펼친다.


"그 장면을 거의 초반에 찍었어요. 대사도 많았고, 서로를 숨긴 상황에서 보여줘야 됐거든요. 그 장면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감독님도 강조를 많이 했고, 저 또한 연기 부담이 가장 많아서 힘들었어요. 잘하고 싶었고요. 저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둘이 계속해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데 가장 어렵더라고요."

공식 석상에서 송강호는 공유에게 '다슬기' 같다고 칭찬을 한 적이 있다. 1급수에만 서식하는 '다슬기'처럼 사람이 맑다는 이야기다. 공유는 그 이야기가 나오자 멋쩍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게 원래 먼저 대기실에서 나왔던 이야긴데 그렇게 해주셨어요. 제가 선배님한테 비춰진 이미지가 그랬나보다 싶더라고요. 영화 다 끝나고 그냥 저희끼리 술자리에서 그래서 좋은데 가끔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하신 적도 있어요. 까불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제가 너무 조심하니까…. 제 장점이자 재미가 없는 부분 같아요."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공유는 '밀정'에서 송강호와 콤비처럼 활약하며 연기 호흡을 나눴다. 그에게 송강호는 존경스러운 선배이지만 가끔 아이처럼 순수한 일면을 엿보기도 한다고.

"계속 존경하고, 긴장감이 있죠. 그런데 남들이 봤을 때 별 것 아닌 일에 즐거워하거나 그런 순수한 아이 같은, 해맑은 모습들이 있어요. 그런 모습 뵐 때마다 좋더라고요. 그럴 땐 선배님이 아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중국 상해에서의 촬영은 고되고도 보람찬 시간이었다. 나름대로 오랜 경력의 배우임에도 그는 촬영 전날에는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촬영이 다음 날이면 그 전날 밤에는 잠을 못 자요. 다른 짓 하지 않고 자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잠이 일찍 깨면 실내에서 자전거 타면서 40~50분 정도 땀 흘렸어요. 생각이 많고, 복잡하면서 긴장이 되니까 그걸 풀려고 했던 거죠. 저만의 시간이기도 했고요."

처음부터 그가 '밀정'이 주는 시대적 메시지나 아픔을 위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촬영을 하다보니 점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정말 영화적으로만 이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의열단 리더 김우진이라는 옷을 입어 보니 어느 순간 불타오르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고, 또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그런 걸 접하는 계기가 생겨야 이렇게 느끼게 되는 거니까요. 역할이나 작품으로 이 시대의 공기를 간접적으로 느꼈고, 순간적으로 뜨거워질 수 있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이 영화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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