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 진중권이 본 '춘천 트럼프' 김진태의 민낯

진중권 동양대 교수(왼쪽)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사진=노컷뉴스·오드)
새누리당 김진태(재선·강원 춘천) 의원이 연일 상식을 벗어난 막말 논란을 이어가자, 시민들이 그에게 '춘천 트럼프' 등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7일 만에 세상을 떠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백남기씨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적었습니다. 고인이 사망하기 6일전 급성신부전증이 와서 가족에게 혈액투석을 권했는데도 가족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사망하게 됐다는 겁니다. 적극적인 치료를 했다면 물론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백남기씨 딸은 어디 있었을까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중이었습니다.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씁니다."

그는 이어 고인에 대한 부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러나 물대포로는 얼굴뼈가 부러질 수 없을 겁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는데 머리와 얼굴에 두 군데 이상 중상을 입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17년간 검사생활을 하면서 무수한 부검에 직접 참여하였던 경험에 비추어 그렇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는 이튿날인 5일 자신의 SNS에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반박글을 올렸다.

"동생인 백민주화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이 돌아 망설이다가 말씀드립니다. 동생은 현재 남편, 네살짜리 아들과 함께 네덜란드에 살고 있습니다. 동생의 시댁식구들 역시 네덜란드에 살고 있습니다. (중략) 동생의 시댁형님은 올해 1월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친정이 발리인 시댁형님은 새로 태어난 손자를 친정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자 발리에서 아들의 세례식을 하기로 하였고 동생의 시아주버니도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처가댁인 발리로 갔습니다. 예전부터 계획이 되어 있던 일정입니다."

백 씨는 끝으로 "단지 아버지께서 운명하시는 순간, 발리에 동생이 머물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검찰과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 때문에 단 하루도 마음놓고 슬퍼하지도 못했습니다"라며 "가족을 잃은 슬픔속에 하루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그만 두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이미 충분히 아프고 슬픕니다.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국민정서에서 크게 벗어난 김 의원의 발언은 이번뿐이 아니다. 그는 앞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민중총궐기대회 직후인, 지난해 11월 19일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빨간 우비 입은 청년이 백 노인을 어떻게 하는지 보라. 가서 확 몸으로 일단 덮친다. 이게 상해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이는데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청했다. 당시 그가 근거로 제시했던,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 교묘하게 편집해 올린 것이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인양 요구가 커지던 지난해 4월에도 자신의 SNS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고 적어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 "김진태 vs 트럼프 #세기의 명승부"…"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김 의원의 비상식적인 막말을 접하면서 누리꾼들은 "김진태 vs 트럼프 #세기의 명승부"(트위터 사용자 @A******), "김진태를 보면 미국에서의 트럼프 현상이 이해가 된다. 딱 그 수준이다."(@c*****), "도널드 트럼프는 막 뱉을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신공을 발휘. 아… 김진태가 막 뱉는 이유가 있었(구나)…"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로 점철된 막말과 기행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빚대어 김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7일 CBS노컷뉴스에 "(김 의원은) 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진 교수는 6일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은 분명 경찰의 물대포라는 점을 강조하며, 김 의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나섰다. '물대포 맞고 뼈 안 부러진다.' 말 나온 김에 국회에서 물대포 검증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김진태 의원이 진리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실험에 제공해 주실 거라 믿는다. 걱정 마시라. 물대포 맞아도 뼈 안 부러지니 무슨 일이야 있겠냐마는, 행여 사고라도 나면 진단서만은 꼭 백선하 교수께 받게 해 드릴 테니."

이렇듯 커다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막말 논란을 이어가는 데는 "김 의원의 시선이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진 교수도 "그거다. 딱 그거 하나"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박 대통령을 충실히 따르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막말은 안한다. 돌쇠처럼 우직하게 그것만 지킨다"며 "그런데 이 친구(김 의원)는 그야말로 앉아서 망언들을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언행 등이, 소위 현 정권의 윗선에게 긍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진 교수는 "그것이 이 정권의 문제다. 이 사람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만 안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한 술 더 뜬다"라며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가해자로 바꾼다든지, 심지어 유족들을 공격하는 짓까지 한다. 그것이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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