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0-7 완패를 안았다. 스캇 맥그레거가 5이닝 4실점으로 6이닝 무실점한 LG 헨리 소사와 선발 대결에서 밀린 게 일단 패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변비가 걸린 넥센 타선이 더 문제였다. 이날 넥센은 LG보다 2개나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다 안타 팀 완봉패 기록을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전까지는 최다인 8안타 무득점 패배에서 무려 3개나 더 쌓았다.
이날 넥센은 잔루가 무려 13개였다. 반면 LG는 4개에 그쳤다. 7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으니 남는 주자도 적었다. 넥센은 13명의 주자가 단 한번도 홈을 밟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13타수 2안타 빈공에 그쳤다. 올해 넥센은 득점권 타율 3할6리로 1위였다. 정규리그 우승팀 두산(3할5리)보다 높았다. 거포들이 잇따라 빠져 나갔어도 정규리그 3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넥센은 정규리그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1회와 4회 만루 기회가 아쉬웠다. 넥센은 1회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1회말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내줬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호기였다. 그러나 5번 타자 김민성이 3루수 병살타를 때렸다.
4회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무사 1, 2루에서 채태인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택근의 안타로 1사 만루 기회가 왔다. 하위 타선이었지만 외야 뜬공이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박동원이 허무하게 3루 파울 뜬공에 그쳤고, 임병욱이 삼진을 당했다.
넥센은 2년 전 LG와 PO 때와는 타선의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강정호(피츠버그)가 2014시즌 뒤, 박병호(미네소타)가 지난 시즌 뒤 미국으로 떠났고, 유한준(kt)도 이적했다. 홈런을 40개, 50개, 20개 이상 때려줄 타자들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넥센은 올해 기동력과 응집력을 강조했다. 떨어진 장타력을 보충해 진루와 득점력을 유지하자는 복안이었다. 2014, 15년 장타율 1위였던 넥센은 올해 5위(4할4푼)로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8위였던 도루는 올해 1위(154개)로 올라섰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일단 난관에 직면했다. 거포가 없으니 상대 투수가 편하게 승부를 걸어올 수 있는 형국이었다. 1차전에서 넥센의 장타는 6회 채태인의 2루타 1개였다. 그나마 소총부대인 LG도 2루타 2개를 때렸는데 이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김용의가 영웅이 됐다.
여기에 현재 넥센의 중심 타자들은 이른바 '넥벤져스' 시절에는 서브 옵션이었다. 당시 중심 타선보다는 이를 받치는 역할이었다. 현재 4번 타자 윤석민은 2년 전 백업 자원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막는다고 역할이 격상돼 올 시즌을 치렀고, 썩 잘했다.
2년 전 LG와 PO 1차전에서 넥센의 막혔던 혈을 뚫어준 선수는 윤석민이었다. 2-3으로 뒤진 6회 1사 2, 3루에서 대타로 나와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려냈다. 그만큼 넥센 타선은 당시 두꺼웠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넥센 타선은 가벼워졌다. 팀 최다 홈런 타자가 이제 풀타임 2년차 유격수 김하성(20개)이다. 윤석민(19개), 김민성(17개), 대니 돈(16개), 박동원(14개) 등이 고만고만하다.
중요한 것은 승부처 응집력이다. 정규리그에서 보였던 득점권 타율이 나와야 한다. 염 감독은 1차전 뒤 "두 번의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면서 "그래도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차전에서 꽉 막혔던 영웅 군단의 혈. 과연 2차전에서 누가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을까. 어느 1명,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