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검매직’ 주인공, 박보검의 꿈과 도전

[노컷 인터뷰]

배우 박보검이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배우 박보검(24)이 또 한 번 날아 올랐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을 연기해 스타덤에 오른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을 통해 인기에 방점을 찍었다.

박보검은 극중 천방지축 날라리 왕세자 이영으로 분해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은 다정한 ‘츤데레’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최택을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 ‘여심’을 훔치며 드라마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구르미’ 종영 시청률은 22.9%. ‘응답하라’ 시리즈 출연 배우들의 차기작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이른바 ‘응답의 저주’는 박보검에게 먼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박보검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대세’라는 수식어만으로 부족했는지 ‘보검매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인근 한 카페에서 신드롬급 인기의 주인공 박보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까불거리는 왕세자 연기, 쉽지 않던데요?”

-포상 휴가는 잘 다녀왔나.
“재밌게 잘 다녀왔어요. 필리핀에서도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많은 분들이 몰려서 위험한 적도 있었는데, 앞으로 팬들이 많아 질서가 유지될 수 없는 곳에선 인사를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인사를 해드리면 더 열렬히 환영해주시지만,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경복궁 팬 사인회 하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펜스가 무너질 정도로 많은 분들이 모이셨거든요. 그럴 땐 조심해야죠.”

-첫 사극이자 지상파 주연이었다.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었어요. 인터뷰 때마다 사극을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기회가 찾아와서 감사했죠. 대본을 보면서 계속 설렜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깨가 무거워지고 책임감이 커졌죠. 그럴 때마다 가족들, 그리고 송중기 선배님에게 힘듦을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응답하라 1988’ 신원호 감독님이 첫 방송 전 ‘성패를 떠나 너희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떠올랐어요. 덕분에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죠. 말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고요.”

-사극을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사극에 출연해보고 싶었어요. 또 드라마가 아니면 아름다운 한복을 입어볼 기회가 없잖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 한복의 미를 직접 느껴볼 수 있어 영광이었죠. 예쁜 한복 만들어주신 디자이너 분들에게 감사해요.”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었다는 평이 많다.
“촬영 감독님이 여름의 싱그러움을 잘 담아주셨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예쁘고 좋았죠. 사실 촬영 초반 잠을 잘 못자서 뾰루지가 나기도 했는데, 조명 감독님, CG팀, 메이크업 담당자 분들이 다 가려주셨어요.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현장이었죠. 매일 촬영장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어요. 아마 마음에 섭섭함이 남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걸요?”


-왕세자 역할을 연기한 소감은.
“능청스럽고 까불거리는 왕세자를 연기하는 게 은근히 어려웠어요. 제 연기에 확신에 서지 않아서 재촬영도 했었고요.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감독, 작가님과 만나 대화를 나눴어요. 혼자서 대본을 반복해서 읽고,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이영과 가까워졌어요. 특히 구덩이에 빠진 신을 찍고 난 이후 이영과 많이 가까워졌죠.

한편으로는, 그 어린 나이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영이라는 인물이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역할을 떠나 조선시대 모든 왕들이 대단하다 싶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제 자신도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이영에게 닮고 싶은 점은.
“리더십을 닮고 싶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열여덟 살임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도 멋지다고 생각하고요.”

◇ “‘구르미’ 속 연기 100%25 만족 못해요”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유정이가 저를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았어요. ‘보검님’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친해진 건 구덩이에 빠진 신을 촬영한 이후부터죠. ‘팔을 조금 더 뻗어 보거라’ ‘힘을 조금 더 써보십시오’ 등의 대사는 애드리브였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전 (이)영이가 됐고, 유정이는 (홍)라온이 됐죠.

유정이에게 배운 게 많아요. 저보다 사극 경험이 많은 선배잖아요.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고 캐치해줬어요. 함께 출연한 연기자 선배님들도 중심을 잘 잡아주셨고요. ‘어벤저스’ 군단이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이영이라는 인물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응답의 저주’를 깼다는 이야기가 많다.
“저주라는 말은 되도록이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에게 축복 같은 작품인데, 그런 말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속상해요. ‘응팔’ 친구들과는 지금도 단체 채팅방에서 자주 연락해요. 최근 tvN 시상식은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아직도 쌍문동 친구들과 잊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향후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기회가 된다면 악역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무조건적인 악역 보다는 사연이나 아픔이 있는 악역이면 좋겠고요. 만약, 무조건적인 악역이면 연기하면서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제가 작품이나 캐릭터를 가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본인의 장, 단점은.
“이번 작품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사극이 처음이다 보니 경험도 없었고요. 그래서 제 연기에 100% 만족하진 않아요. 드라마를 다시 볼 때마다 ‘왜 저랬을까’ 하면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요. 지금보다 기초가 탄탄한 상태에서 다시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음, 연기자로서의 장점은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그게 건강, 체력으로 연결되는 고리인 것 같아요. 이번에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1회부터 18회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는 거예요. 또 대본을 읽을 때 순간의 감정몰입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 “선한 영향력 가진 배우 되고 싶어요”

-배려심 많기로 유명하다.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을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것과 일맥상통해요. 저도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저를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그렇게 스물넷까지 살아왔고요. 하지만, 어떤 이미지를 만들겠다거나 칭찬을 받기 위해 행동한 적은 없어요.”

-‘미담제조기’로도 불린다. 부담스럽지 않나.
“아버지께서 ‘10 빼기 1은 0’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영이 된다고요. 살아갈 때마다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해요. 지금도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은 없어요.”

-‘구르미’ 이후 4,50대 여성 팬도 많아졌다.
“저도 신기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팬 연령대가 다양하고 넓어졌더라고요. 사랑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죠. 인기 비결이요? 감사할 줄 알아서 많은 어머님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여심을 훔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는 댓글도 많던데.
“아, 제가요? (웃음).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어떤 (여심을 공략하겠다는) 계략을 가지고 행동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 행동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에 크게 흔들리거나 신경을 쓰고 행동하진 않아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도를 자주 해요. 가족들과 힘든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요. 그래도 혼자서 기도하는 게 가장 큰 힘이 되더라고요.”

-가수에 대한 미련은 없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가 수록된 앨범을 내고 싶어요. 회사 대표님께서도 허락해주셨죠. ‘구르미’를 함께한 진영(B1A4 멤버)이 형을 통해 작곡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고, 촬영장에서 조언을 많이 얻었어요. 조금씩 작곡 연습도 하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났다. 향후 계획은.
“당분간 쉬려고 해요. 쉬면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지 않을까 싶네요. 학업(명지대학교 영화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에도 전념해야겠죠. 아직 1년 정도 남았어요. ‘구르미’ 촬영하면서 학교를 못 갔는데, 다행히 방학과 맞물렸어요. ‘응팔’은 겨울이었고, 이번엔 여름이었죠. (웃음).”

-최종 목표는 뭔가.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아요. 언제 또 이렇게 예쁜 옷 입어보고 여러 가지 악기를 배워보겠어요. 선배님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고요. 축복 받은 직업인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힘든 일도 있지만, 즐기면서 살다보면 잘 될 것 같아요.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 연기를 자연스럽게 놓을 때도 있겠죠. 일단, 저의 최종 목표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자 배우가 되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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