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MVP’ 정운, 인내의 보상은 달콤했다

방출 설움 딛고 K리그 성공 복귀,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인생역전’. 요즘 축구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의 왼쪽 측면 수비수 정운(27)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4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K리그 무대를 노크한 정운은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만 맛보고 1년 만에 방출됐다. 쫓겨나듯 해외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그는 해외에서 기량을 인정받았고, 당당히 고국으로 돌아와 K리그 클래식 상위팀 제주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32경기에 출전해 1골 5도움을 기록한 그는 ‘태극마크’를 향한 욕심도 감추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정운은 지난 8일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시상식에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K리그를 3위로 마친 제주 소속의 정운은 총 109표 가운데 절반 가까운 50표를 얻어 당당히 2016년 K리그 클래식을 빛낸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뽑혔다.

2012년 K리그에 입성해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방출 설움을 겪었던 정운은 크로아티아에서 성공한 뒤 K리그로 돌아와 당당히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 좌절이 된 ‘도전’, 하지만 끝나지 않았던 ‘도전’

올 시즌 제주의 유니폼을 입고 사실상 데뷔한 선수라는 점에서 정운의 성공 스토리는 더욱 극적이다. 울산 현대 유스 출신으로 청소년대표를 지냈던 정운은 2012년 울산에 우선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하지만 그의 공식 출전 기록은 ‘0’. 결국 정운은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1년 만에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떠났던 크로아티아에서 정운의 인생이 바뀌었다. 테스트를 거쳐 NK이스트라에 입단한 정운은 자신 있던 빠른 발과 투지를 앞세워 빠르게 적응했다. 자기 포지션에서 리그 최고 선수로 인정을 받은 뒤에는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서는 여러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크로아티아축구협회로부터 귀화 제의도 받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가 아닌 크로아티아 리그 상위팀 RNK 스플리트로 이적을 선택했다.

정운은 크로아티아 귀화를 선택하지 않고 제주의 러브콜에 K리그 유턴을 결심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했던 무대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민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지금은 수석코치를 맡는 조성환 당시 감독의 든든한 신뢰와 함께 입단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정운은 부상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기도 했지만 제주의 왼쪽 측면 수비를 단단하게 지켰다. 결국 2016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공식 인정받은 정운의 다음 목표는 우승 도전과 함께 국가대표 발탁이다.(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 제주의 ‘별’, 한국의 ‘별’을 꿈꾸다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시상식장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정운의 표정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앞서 시상대에 올라 울컥한 마음에 베스트 11 수상 소감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그는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2군리그에서 벤치만 지켰던 내가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제주는 2016년 K리그 클래식에서 3위에 올라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창단 후 최우선 목표였던 ‘아시아 무대’ 진출에 성공한 것. 이제 제주의 눈은 더 큰 무대를 향한다.

“우승도 원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 기분이 좋다. 내년 목표를 우승으로 잡고 열심히 훈련한다면 올해보다 좋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운은 올 시즌 자신의 기록(1골 5도움)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예고하며 조심스럽게 국가대표 발탁의 꿈도 꺼냈다.

정운은 “당연히 내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국가대표팀에 뽑히는 것이 우선이지만 선발된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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