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⑲] 독특한 래퍼 자메즈 "위대한 예술가 꿈꾼다"

<힙합 릴레이> 인터뷰.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보이원더가 지목한 자메즈입니다.

(사진=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나이로 올해 스물여덟인 래퍼 자메즈(본명 김성희, Ja Mezz)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경험을 흥미롭게 풀어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싱글 '워너 겟'과 '나무늘보'를 발표해 힙합씬에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했음을 알렸고, 3부작 '나의 하루' 시리즈로 열등감과 현실적인 패배감, 도전과 젊음을 이야기했다. '1/4', '스쿨 라이프' 등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을 과장 없이 노래하기도. 힙합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자메즈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확고한 음악적 소신을 밝히는 그에게선 촘촘하고 묵직한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자메즈다."

-활동명 자메즈(Ja Mezz)는 무슨 뜻인가.
"별다른 뜻은 없다. 영어 이름이 제임스(James)인데, 's'를 'zz'를 바꾸고 띄어쓰기만 한 것(Ja Mezz)이다. 만족스럽다기보단 익숙한 이름이다."

-보이원더가 당신을 지목했다.
"내가 별로 해준 게 없는데 지목해줘서 고맙다. 남자 동생들이 날 좋아한다. 여자 동생들이 좋아해야 하는데. (웃음). 동생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예를 들어 10만 원이 있으면 5만 원으로 내 옷 사고 5만 원으로 친구 옷 사주는 식이다. 물론, 모두에게 그렇게 대하는 건 아니다."

-본인의 랩 스타일을 설명해달라.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여유 있게 박자를 탄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내 입으로 느린 랩만 한다고 한 적은 없다. '나무늘보'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어서 그렇게 봐주시는 걸 수도.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혼자 곡을 쓰기도 했다. 랩 가사를 쓰기 시작한 건 대학교 입학 이후부터다. 표현의 방식이 그 어떤 장르보다 자유롭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나.
"처음에는 클럽에서 유행하던 릴웨인(Lil Wayne), 티아이(T.I), 릴 존(Lil Jon)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 이후 랩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 커먼(Common),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등이다. 최근에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를 가장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

-래퍼가 되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결정적 계기라고 할 건 없고, 대학교 1학년 때 현재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그린맨(Grene Man)을 만난 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흑인 음악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프로듀싱을 배우고 시작하는 단계였다. 나에게 직접 만든 비트와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들려줬는데, 완전 신세계였고 이 비트에 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군입대를 하지 않았나.
"군대에서 생각이 확실해졌다. 빨리 나가서 랩을 하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제로 전역을 하자마자 한 달 만에 15곡을 만들었다. 그 정도로 열정이 넘쳤고, 그러다 지금의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었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군대 있을 때는 걸그룹 뮤직비디오 보느라 '쇼미더머니'를 챙겨볼 시간이 없었다. 참가를 결심하게 된 건 전역 이후다. 어머니께서 더이상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셨고, 랩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한 거다. 가만히 있으면 돈을 벌 수 없지 않나. 어떤 방법을 쓰든 내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무턱대고 나간 게 시즌2다. 별생각 없이 나갔다가 예선 탈락했지. 이듬해 이 악물고 시즌3에 재도전했다가 바비와 1대 1 대결에서 탈락했고, '거북선'으로 화제를 모은 시즌4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그렇게 총 세 번 출연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20대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가사에 녹이던데.
"꼭 공감을 얻으려고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내 얘기를 한 거다. 사람 사는 게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사랑, 외로움, 공허함 등은 모두가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니까. 난 그걸 내 방식대로 풀어냈을 뿐이고, 그걸 듣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좋은 일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곡인 '메멘토'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 '메멘토' 속 주인공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지 않나. 지나간 일을 금방 잊어버리고 온몸에 문신하는. 그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과거에 묶여 있지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더콰이엇과 함께 작업했는데.
"콰이엇 형이 기존의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트랩을 시도했을 때 사람들이 욕을 엄청 하지 않았나. 그래도 콰이엇 형은 부정적인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고, 결국 훨씬 잘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피처링도 아주 적절했다. '메멘토'는 아티스트로서의 태도를 확고하게 해준 곡이다. 아마 앞으로 나올 곡이나,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 워크 등 모든 콘텐츠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신곡 작업 중이라고.
"빨리 발표하고 싶고, 준비되는 대로 바로바로 낼 거다. 스포일러라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는데, 일단 학창 시절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곡이 하나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고, 1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 삶을 살게 됐는지를 가사로 적었다."

-지난 앨범에서 대학교 이야기를 하더니 더 과거로 갔다.
"맞다. '파일럿'이라는 곡도 그렇고, 성장 배경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었기 때문에 가사로 자주 쓰게 된다.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고."

-그 외 가사를 쓸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
"내 안에 또 다른 나. 그게 영감인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얼마만큼 꺼내느냐는 자기 몫이다. 꺼내면 꺼낼수록 엄청난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나온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들을 종종 해내지 않나. 예를 들어 100m를 9초대에 뛴다든지. 예술 영역도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벙거지 모자,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걸로 유명하다.
"트레이닝복만 입어도 다른 사람보다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고 싶은 옷이 없기도 했고. 어떠한 브랜드를 봐도 다 똑같이 옷을 만드는 것 같아서 끌리지 않더라. 즐겨 착용하는 모자와 트레이닝복 브랜드는 이유 없이 꽂힌 브랜드이고, 아직 그 외 꽂힌 건 없다.

음악도 그렇고 패션 스타일도 아직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어떻게 보면 나를 롤모델로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닌가. 그래서 더 멋지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연장에서의 자메즈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오는 이유는 에너지를 느끼고 소통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최근 공연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요즘 힙합씬 분위기는 어떤가.
"힙합이 대세이고, 나에겐 희소식이다. 열심히 하면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니까.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디서나 힙합 음악이 자주 흘러나오니까."

-힙합 뮤지션으로서 어떤 야망을 품고 있나.
"무한한 가능성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싶다. 그냥 대충 음악 만들다 끝내는 게 아니라 위대한 예술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게 목표다."

-자메즈에게 힙합이란.
"라이프 스타일이다. 더 좋은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봤는데, 그 답변이 최선이다."

-자메즈가 봤을 때 멋진 행보를 걷고 있는 뮤지션은.
"정말 많다. 지금 생각나는 건 박재범 형이다. 사장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열심히 음악 하는 모습이 멋지다. 좋은 기운이 있는 멋진 리더 같다. 물론, 나도 지금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해달라.
"최근 일리네어레코즈 레이블 엠비션뮤직에 합류한 창모 씨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데, 음악을 너무 좋게 들어서 지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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