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엉망이지만…수능 앞둔 여러분 꼭 봐주세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유라 수능 쳐서 대학 가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요즘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최고 수위의 욕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깊숙이 개입한,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태를 비꼰 촌철살인의 풍자다.

수능을 하루 앞둔 16일, 정 씨의 부정입시 탓에 자칫 의욕을 잃었을지 모를 수험생들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트위터 사용자 '@h******'는 '상위권 2명 낙제점 줘 정유라 합격'이란 제목의 KBS 기사를 건 뒤 "어젯밤 길라임 폭탄, 정유라 부정합격 폭탄 두 방 맞은 수험생들 수능 제대로 볼라나 모르겠다. '돈도 실력'이라고 했던 정유라는 '부정도 실력'이라고 할 것 같고"라며 수험생들의 허탈한 심정을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4일 밤 KBS는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 정유라 씨보다 상위권인 학생 두 명이 면접에서 낙제점을 받아 탈락함으로써 정 씨가 합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면접 평가에 참가했던 체육학과 교수들이 지원자들을 평년에 비해 더 많이 탈락시켜 정 씨를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수능 전날인데 정유라 입시 부정 사건이 KBS에서! 이번 주말은 전국(촛불집회)에서 대활극이 펼쳐지겠다. 수능 마친 고3과 암호명 '길라임'에 열받은 드라마덕후들 다 쏟아져 나올 듯"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교육 웹사이트 공신닷컴의 강성태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라가 엉망이지만… 시험 앞둔 여러분 봐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수험생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강 대표는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릴게요"라며 "이제부터는 어떤 것도 바라지 마세요"라고 운을 뗐다.


"뭔 소리냐고요? 여러분이 시험 보는 그 순간에는 쓸 수 있는 능력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한계가 있다고요. 심리학에서는 '작업기억'이라고도 표현을 하거든요. 여러분들이 시험을 보는데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수능) 대박을 떠뜨려야 해' '수능 망치면 새우잡이 배 타야 해', 이런 생각 자체가 여러분들의 능력을 갉아먹어요. 집중력을 엄청나게 방해합니다. 시험에서는 잘하겠다는 욕심, 불안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시험의 방해요소입니다. 잡념이에요."

◇ "이런 현실에서 꿋꿋이 버티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

그는 "(시험을 치르는) 그 순간에는 마음을 완전히 비우셔야 됩니다.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라며 "여러분이 공부한 게 적은 게 아니에요. 아는 것만 다 맞출 수 있어도 정말 기적이 일어납니다"라고 전했다.

"왜 사람들이 시험을 망치는지 아세요? 아는 걸 틀려서 그래요. 내가 모르는 것만 신경쓰고, 그것만 붙들고 있으니 불안해 하다가 아는 걸 놓칩니다. '대박 터뜨려야지' '찍어서라도 다 맞춰야지', 이런 생각들로 인해 스트레스도 더 쌓이게 되고, 더 불안해서 시험을 못 보게 돼요. 여러분들 그렇게 못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이런 현실에서, 이 땅에서 이렇게 꿋꿋이 버티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이고, '내가 왜 이러지' '내 능력이 이거 밖에는 안 되나'라며 눈물 흘린 적도 많고, 자기 딴에 했는데도 잘 안 돼 마음 상하고, 어떤 때는 죽고 싶고, 선생님도 무시를 하고, 부모님한테도 짜증내서 못할 짓하고 몹쓸 말하고, 그러고 나서 속으로 후회하고, 미안하지만 말도 못하고…. 여러분 괜찮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이 이미 성장을 한 겁니다. 이 모든 게 여러분이 커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강 대표는 "지금 이걸 보고 계신 모든 분들이 시험을 잘 볼 거란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그건 사실 거짓말이죠. 말도 안 되는 위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여러분이 시험을 만에 하나라도 못 볼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시험 앞에서 쪼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그까짓 시험이 뭐라고, 시험 끝나고 나서 '성태 형 저 정말 죽겠습니다' '저 같은 건 살 가치가 없어요' '진짜 자살할 거예요'… 여러분, 고작 이 문제 몇십 개에 여러분의 가능성이 어떻게 담깁니까. 말도 안 되는, 강아지가 단체로 풀을 뜯는 이런 소리가 어딨어요. 여러분의 그 엄청난 잠재력, 가능성의 100분의 1도, 1000분의 1도, 1만분의 1도 이 시험지 한장에 다 뱉어낼 수 없어요."

그는 "어떻게 여러분의 인생이 이 시험지에 다 담깁니까"라며 "시험이라는 건 그야말로 하나의 과정입니다. 하나의 관문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이게 절대로 끝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쫄지 마세요. 이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 세상보다도 더 소중해요. 여러분이 사라지면,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이 세상도 같이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시험 결과가 어떻든 최소한 저만큼은 여러분 편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그러니 이제 마음을 내려놓으셔도 돼요. 쫄지 마세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최선을 다하고 난 다음에 마음을 비우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겁니다. 쫄지 마세요.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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