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감당 어떻게 할래?" 우리은행을 깨운 위성우의 일침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 제공=WKBL)

"제대로 악역을 한번 했습니다"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30일 오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정규 2라운드 맞대결 전반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막 무패행진을 질주한 선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오히려 방심하는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무래도 9연승을 하다보면 선수들이나 저나 루즈해질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말해도 선수들에게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반전에 선수들이 정신을 놓고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위성우 감독은 오랜만에 극약 처방을 하기로 했다.

위성우 감독은 하프타임 미팅에서 "오늘 경기에서 져도 괜찮다, 대신 후환은 너희가 감당해라"는 말을 남겼다.

뼈있는 일침이었다. 연승 기간에는 아무래도 강도높은 훈련을 주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부진한 경기력으로 패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감독에게 '할 말'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혜진은 "정말 두려웠다"고 농담을 건네며 "순간적으로 다음 경기까지 훈련일이 며칠인가 따져봤다. 다들 한두번씩 겪어봤으니까 서로 말은 안해도 위기가 왔다고 느꼈다. 그 말을 듣고 몸을 사리지 않고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우리은행은 전반까지 33-35로 뒤졌다. 그러나 3쿼터 10분동안 하나은행을 25-10으로 압도해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을 71-59로 누르고 역대 WKBL 최다 3위에 해당하는 개막 10연승 무패행징늘 질주했다.

위성우 감독은 "그 말 때문에 이긴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미팅을 하고 정신무장을 하는 모습을 보고 후반전에는 잘하겠구나 느낌이 있었다. 오래만에 제대로 악역을 한번 했다"며 웃었다.

압박감을 주는 감독과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 압박감을 이겨내는 선수들,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볼 수 있었던 우리은행만의 풍경이다.

우리은행의 연승을 깨기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아직 나머지 5개 구단의 전력이 온전치 않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전을 계기로 정신무장을 다시 하겠다는 기세다.

박혜진은 10연승을 했음에도 다소 주눅든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연승한 것 맞나요?"라며 웃었다. 이어 "경기 내용이 좋았으면 연승이 와닿았겠지만 온르은 반성을 많이 해야하는 경기였다. 이겨서 다행이다. 분위기를 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