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에이전트 도입, 최순실 파문의 영향은 없을까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종 전 차관(오른쪽)을 중심으로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강조한 데는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밝혀진 최순실 씨(왼쪽)의 이권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자료사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의 원흉으로 지적받고 있는 최순실 씨. 체육계에 미친 폐해도 적지 않았다. 딸 정유라의 승마 국가대표 발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명문대 입학 등에서 온갖 특혜와 비리가 판을 쳤다.

K스포츠재단을 통해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장악해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카 장시호 씨에게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역시 각종 이권을 접수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최 씨와 함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를 주도했다.

때문에 이들이 개입된 스포츠단은 정리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씨가 세운 더블루K가 개입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장애인 펜싱팀은 최 씨의 측근 고영태와 연결 고리를 끊고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고, 최 씨의 압력으로 만들어지려던 포스코 펜싱팀도 창단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에이전트 제도를 적극 활용해 스포츠단에 적극 개입했다. 때문에 문체부가 올해부터 강조했던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이 최 씨 일가의 이권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문체부는 김종 전 차관을 중심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잖았다.

▲"이번 기회에 건전한 제도 확립 필요"

문체부의 적극적 움직임 속에 프로야구도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서둘렀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지난 9월 "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의 중인 사안으로 이르면 내년 도입 목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잖아 도입이 늦춰진 것이 사실이다. 가뜩이나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에이전트 제도까지 도입되면 구단들의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이전트 제도를 금지하는 KBO 규약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도입이 되지 않던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문체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적잖았다. 실제로 KBO 관계자는 "문체부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5개 종목 프로 단체를 모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를 통해 에이전트 사업 활성화에 대한 주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KBO 구본능 총재 및 MVP 두산 니퍼트, 신인왕 넥센 신재영 등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자료사진=이한형 기자)
그렇다면 KBO의 에이전트 제도 검토도 최순실 파문에 따른 반대급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각 국가 사업에서 깎이는 것처럼 KBO의 에이전트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최순실 사태와는 분리돼 추진된다.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도 도입 검토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다 최근 프로야구 상황과 맞붙려 차제에 건설적인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공정위 권고 이후 15년 동안 에이전트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KBO나 선수협도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문체부의 주문도 있었지만 FA(자유계약선수) 제도의 빈익빈부익부를 비롯해 승부 조작, 선수들의 일탈 행동 등 프로야구의 문제점도 드러났다"면서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런 문제가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FA 빈부 격차, 선수 일탈 문제 해소 기대"

현재 FA 제도는 일부 특급 선수들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많다. 정상급 선수는 최대 1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FA 대박을 꿈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주전급 선수가 아니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FA가 욕심이 나도 20명 보호 선수를 제외한 1명을 내줘야 하는 까닭에 구단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까닭이다. 용덕한이 FA 신청을 하고도 은퇴를 선언, NC 코치로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다.

때문에 일본처럼 FA 등급제 시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봉에 따라 A, B, C로 선수들을 나눠 보상 선수가 필요 없는 등급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억과 은퇴' 최근 KIA와 4년 100억 원 FA 계약을 맺은 최형우(왼쪽)와 FA 선언에도 찾는 팀이 없어 은퇴를 선언, NC 코치로 새 출발하는 용덕한.(자료사진=KIA, NC)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등급제 정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선수 이동의 자유 보장과 빈부 격차 해소, FA의 과도한 계약금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수 관리의 문제도 에이전트 제도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프로야구 근간을 뒤흔든 승부 조작과 도박, 음주 파문 등을 막기 위해 에이전트들이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금조 부장은 "구단이나 KBO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에이전트가 맡을 수도 있다"면서 "구단과 선수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와 선수협의 합의가 중요하다. 정 부장은 "에이전트 도입을 언제로 못 박기는 어렵다"면서 "에이전트 수수료 등 선수협과 충분한 논의를 한 뒤에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선수협 역시 FA 등급제와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KBO는 빠르면 내년 연봉 협상부터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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