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 뒤 기자회견에서 "보고에 의하면 양현종이 재활을 하고 있고 봄에 훈련 스타트가 늦다고 하더라"면서 "WBC 출전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현종이 빠지면 투수 문제가 크게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이 제외되면 대표팀 선발진은 비상이 걸린다. 이미 김광현(SK)이 팔꿈치 수술로 낙마한 상황. 양현종마저 빠진다면 선발 자원은 장원준(두산), 차우찬(LG), 이대은(경찰청), 우규민(삼성) 정도만 남는다.
차우찬은 사실상 롱릴리프의 역할도 해야 하는 대표팀이다. 김 감독도 "양현종이 빠지면 선발은 장원준 차우찬 정도인데 차우찬은 중간 활용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걱정했다.
KIA 구단과 대표팀 코치진 사이의 의사소통에 사소한 문제가 생긴 해프닝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첫 번째는 KIA가 그만큼 양현종에 대해 애지중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야구 대표팀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는 의욕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해결사 최형우를 역대 최고액(4년 100억 원)에 영입했고, 헥터 노에시와 나지완 등 기존 전력 이탈을 막았다. 효자 용병 브렛 필과 10승 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 외인을 영입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진출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양현종까지 남았다. "함께 우승에 도전해보자"는 김기태 감독의 간곡한 문자메시지와 함께 KIA 구단에 애정이 각별한 양현종은 일본 요코하마의 오퍼를 고사했다. FA(자유계약선수)임에도 1년 22억 5000만 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팀의 우승과 함께 더 큰 무대 도전이라는 목표가 있다. 양현종은 요코하마의 2년 6억 엔(약 62억 원) 제의를 뿌리쳤다. KIA의 우승도 양현종을 움직였지만 사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작용했을 터. 양현종은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과 볼티모어와 계약했던 팀 선배 윤석민을 보며 여러 차례 빅리그 진출의 뜻을 밝힌 바 있다.
WBC는 양현종으로서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양현종은 그동안 큰 국제대회에는 나서지 못했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힘을 보탰지만 WBC나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다. WBC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올 시즌 뒤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올 시즌 KIA의 우승과 함께 WBC 출전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선언한 양현종. 과연 양현종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