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은 박찬희에게 외곽슛까지 주지 않았다

'들어가라' 전자랜드 가드 박찬희가 12일 오리온과 원정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고양=KBL)
인천 전자랜드 가드 박찬희(30)는 빼어난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190cm 장신에 스피드까지 갖춘 박찬희의 수비 압박은 강력하다. 볼 배급과 공격 조율 능력도 정상급, 국가대표로 손색이 없다.


박찬희는 가로채기(평균 2.1개)와 도움(6.48개) 2위를 달린다.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됐던 전자랜드가 중위권을 유지하는 것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이적해온 박찬희의 존재감이 컸다. 유도훈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찬희도 약점이 있다. 바로 슛이다. 특히 가드로서 갖춰야 할 3점슛 능력이 떨어진다. 올 시즌 박찬희의 3점슛 성공률은 17.1%에 불과하다. 2점 성공률(48.9%)에 비해 크게 낮다.

본인도 이를 알고 열심히 슛 훈련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확률이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상대팀은 박찬희에게 외곽슛을 허용하는 수비를 즐겨쓴다. 3점슛 성공률 13%인 전주 KCC 가드 신명호와 함께 대표적으로 슛이 약한 선수로 꼽힌다.

1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오리온과 원정은 박찬희의 약점이 두드러진 경기였다. 하필이면 가장 결정적인 순간 박찬희에게 외곽슛 기회가 왔다.

전자랜드가 76-77로 뒤진 종료 9초 전. 동료의 패스를 받은 박찬희는 상대 진영 왼쪽 45도 지점에서 노마크 기회를 맞았다. 완전한 찬스인 만큼 박찬희는 3점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슛은 림을 맞고 튀었고, 오리온으로 공격권이 넘어갔다.

만약 들어갔다면 전자랜드의 3연승 가능성이 컸다. 15승14패로 단독 5위를 지킬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전자랜드가 76-78로 지면서 3연승과 5위가 무산됐다. 14승15패가 된 전자랜드는 울산 모비스와 공동 6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오리온 허일영(11번)이 12일 전자랜드와 홈 경기에서 쐐기를 박는 자유투로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고양=KBL)
이날 박찬희는 3점슛 6개를 던져 1개가 성공했다. 시즌 기록과 정확히 같은 17% 성공률이었다. 박찬희를 뺀 전자랜드 선수들의 3점슛은 18개 중 5개가 들어가 27.7%였다.

물론 이날 패배가 박찬희 때문만은 아니다. 박찬희는 20분55초를 뛰며 5점 팀 최다 4도움, 양 팀 최다 3가로채기로 활약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순간 슛이 빗나가 고개를 떨궜다.

만약 박찬희가 외곽슛까지 장착했다면 리그 최고의 가드가 됐을 터. 그만한 신장과 스피드, 시야를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박찬희에게 모든 것을 주지는 않았다. 향후 박찬희가 더욱 노력을 기울여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선수 생활 계속 약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게 확실하다.

오리온은 이날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36일 만에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기둥 이승현이 1쿼터 발목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악재를 맞았다. 헤인즈도 5점 7리바운드 3도움에 머물러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베테랑 김동욱의 4쿼터 결정적 3점포 등 18점 활약에 승리했다. 시즌 3번째 20승 고지(9패)를 밟은 오리온은 2위 KGC인삼공사(21승8패)와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1위 서울 삼성은 KCC와 전주 원정에서 80-78로 신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삼성은 22승7패로 2위와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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