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이승엽도 못 이룬 '컴백 홈런왕' 가능할까

'400홈런은 아니어도 홈런왕 해야죠'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한 이대호(오른쪽)가 올해 홈런왕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해외 무대에서 복귀한 뒤 홈런왕은 국민 타자 이승엽(왼쪽)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
5년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지난 24일 한국 무대 전격 복귀를 알린 '빅 보이' 이대호(35). 친정팀 롯데와 4년 150억 원, 역대 최고 몸값으로 금의환향한다.

이대호의 복귀로 롯데는 단숨에 5강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달성한 엄청난 존재감에 팀 전체를 이끌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기대되는 까닭이다.

KBO 리그 최고 타자 경쟁도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다투어 나왔다. 이대호가 지난해 최고 타자 최형우(삼성)를 비롯해 박힌 돌들을 넘어설지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한다.


이런 가운데 이대호가 홈런왕에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홈런은 거포의 상징인 만큼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에서 갈고 닦은 장타력을 뽐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유턴 뒤 홈런왕은 '국민 타자' 이승엽(41 · 삼성)도 이루지 못한 대단한 업적이다.

복귀 후 홈런왕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전성기를 해외에서 보낸 까닭에 힘과 기량이 살짝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대호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경쟁자들이 적잖게 사라진 것도 호재다.

▲이승엽, 복귀 후 +30홈런은 단 1번

이승엽은 지난 2011시즌 뒤 8년 동안 일본 생활을 마치고 KBO 리그로 돌아왔다. 2003년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 등 5번이나 홈런왕에 올랐던 이승엽이었기에 기대가 적지 않았다.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2012년 이승엽은 126경기 타율 3할7리 85타점으로 삼성의 2연패를 이끌었다. 다만 홈런은 21개로 5위였다. 1997년 이후 KBO 리그에서 가장 적은 홈런이었다. 2003년 7할대에 육박했던 장타율도 5할2리였다.

당시 이승엽은 36세. 절정에서 살짝 내려오는 시점이었다. 2013년 13홈런으로 고개를 숙였던 이승엽은 이듬해 32홈런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6번째 홈런왕에는 살짝 모자라 4위였다. 당시 넥센 소속이던 박병호(미네소타)가 이승엽 이후 첫 50홈런(52개) 고지에 올랐다.

이후에도 이승엽은 꾸준한 기량을 보였지만 30홈런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2015년 26홈런 90타점, 지난해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불혹의 나이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당시 이대호의 모습.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2012년 올스타 홈런킹에 올랐다.(자료사진)
이대호는 올해로 35살, 이승엽보다 1살 적은 나이에 국내 복귀하는 셈이다. 이승엽처럼 전성기를 해외에서 보내 힘이 살짝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파워를 뽐냈다. 104경기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출전 기회가 다소 적은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풀타임이었다면 20홈런은 충분히 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대호는 292타수에 14홈런을 날렸다. 약 21타수당 1개 꼴이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마크 트럼보(볼티모어)의 619타수에 47홈런(13타수당 1개)에는 못 미쳐도 619타석에 29홈런을 날린 애덤 존스(볼티모어)와 비슷한 수치다. 단순 계산이지만 이대호도 기회만 제대로 얻었다면 25~30홈런 정도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떠난 홈런왕들 호재…약해진 롯데 타선이 변수

일본 무대에서도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이던 2015년 홈런이 가장 많았다. 2012, 2013년 오릭스에서 24홈런 91타점을 날린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2014년 19홈런 68타점을 올린 뒤 2015년 31홈런 9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아직 힘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KBO 리그는 이대호가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1시즌과는 크게 다르다. 외국인 타자 제도가 부활한 2014시즌부터 뜨거운 타고투저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2011년 당시 홈런왕은 삼성에서 뛰던 최형우(현 KIA)로 30홈런이었다. 그러나 2014, 2015년 박병호가 52, 53개의 홈런을 뿜어내는 등 최근 3년 동안 40홈런 이상 타자가 7명이 나왔다.

특히 홈런왕들이 2년 연속 해외로 진출했다. 박병호가 2015시즌 뒤, 지난해 40홈런으로 1위에 오른 에릭 테임즈(밀워키)가 미국으로 떠났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외인 타자들이 있지만 이대호가 대권에 한번 도전할 만한 상황이다.

이대호는 KBO 리그에서 두 차례 홈런왕에 올랐다. 2006년 26홈런으로 첫 타이틀을 차지한 이대호는 4년 뒤 44홈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06년은 타격 3관왕, 2010년은 7관왕이었다.

'너무 많다' 2010년 정규리그 MVP 시상식 당시 이대호(오른쪽)가 홈런 등 타격 7관왕 트로피를 늘어놓자 같은 MVP 후보 류현진(당시 한화)이 웃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다만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일단 팀 상황이 2010년과는 적잖게 다르다. 당시 롯데는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최강 타선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화끈한 공격 야구가 맹위를 떨쳤다. 상대 투수들은 이대호 외에도 매서운 타자들이 많아 자주 승부를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2010년만큼 타선이 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4번 타자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로 진출한 데다 새 외인 앤디 번즈도 마이너리그 6시즌 통산 홈런이 55개다. 손아섭, 강민호 등이 있지만 왕년 '홍대갈'만큼의 파괴력을 보일지 미지수다.

여기에 이대호는 큰 덩치에 비해 정교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선수다. 무거운 몸에 우타자임에도 타격왕을 3차례나 차지한 이대호다. 통산 타율 3할9리의 이대호는 11시즌 홈런이 225개로 평균 20개 남짓이다.

물론 워낙 힘이 좋아 방망이 중심에만 맞아나간다면 쉽게 담장을 넘긴다. 그러나 이대호는 본인도 "일부러 홈런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면 저절로 넘어간다"고 말한다. 홈런보다는 정확한 타격이 먼저다.

그럼에도 이대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크다. 특히 큰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타구를 하늘 높이 날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거포에 열광하는 이유다. 과연 이대호가 이승엽도 이루지 못한 복귀 후 홈런왕이라는 역사를 써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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