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이승훈의 '선택과 집중'은 통할 것인가

'전반은 버렸다?' 9일부터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500m와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2연패를 노리는 이상화(왼쪽)와 이승훈.(자료사진)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와 '장거리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포기한 둘은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간판이자 절친인 둘이 나란히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한다. 특히 내년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둔 가운데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욱 우승에 대한 의지가 뜨겁다.

이상화는 10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리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오후 5시30분)에 출전한다. 세계 기록(36초36)을 보유한 자신의 주종목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지난해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로 정상에 올랐다. 2012∼2013년 2연패를 일군 이후 3년 만의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1위에 오르면 4년 만의 2연패 재현이다.


이를 위해 이상화는 과감히 ISU 월드컵 시리즈를 포기했다. 올 시즌 이상화는 1~4차 월드컵에서 한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은 2개, 동 1개의 성적도 나쁘진 않았지만 밥 먹듯이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임을 감안하면 다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1차 월드컵 직후 종아리 근육 부상과 고질인 무릎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상화는 올 시즌 종아리와 무릎 등 부상이 겹치면서 지난해 말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끝으로 공식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결국 이상화는 5, 6차 월드컵 시리즈 불참을 결정했다.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하기보다 세계선수권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2017 삿포로아시안게임 선발전을 마지막으로 2016년 경기 일정을 마치고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과 태릉선수촌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절치부심 준비를 해온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한번의 레이스로 우승을 가린다. 이상화는 11조 아웃코스에 배정돼 현재 세계 랭킹 2위 일본의 쓰지 마키와 레이스를 펼친다. 세계 1위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3위 중국의 위징 등과 정상을 다툰다.

이승훈 역시 이번 대회 2연패를 위해 버릴 것은 버렸다.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당초 이승훈은 이번 대회 5000m(9일)와 1만m(11일)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승훈이 각각 은과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와 맞대결도 기대됐다.

하지만 이승훈은 10일 팀 추월과 12일 매스스타트를 위해 5000m, 1만m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자칫 메달 가능성이 높은 전략 종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인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이승훈은 19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도 나서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훈은 내년 평창올림픽을 위해 전략 종목으로 택한 매스스타트에서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며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자료사진=대한체육회)
일단 이승훈은 10일 팀 추월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이승훈은 주형준(동두천시청), 김철민(강원도청)과 함께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그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안방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이승훈의 목표는 12일 매스스타트다. 지난해 챔피언 이승훈은 올 시즌에도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어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10일 팀 추월에서 메달을 따낸다면 여세를 몰아 매스스타트의 선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일하게 자기 레인이 없는 종목. 트랙 16바퀴(6400m)를 도는 매스스타트는 치열한 자리 싸움을 하는 쇼트트랙과 흡사하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이승훈에게는 유리한 종목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 빙상의 역사를 새로 썼던 이상화와 이승훈. 내년 평창에서 다시 신화를 써내기 위한 전초전에서 이 둘의 '선택과 집중'이 먹힐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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