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0을 기록했다.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0.31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하게도 올림픽을 두 번이나 제패했지만 유독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않았던 2007년 중국 창춘 대회에서 은메달로 아시안게임에 데뷔한 이상화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동메달로 색깔이 바뀌었다. 당초 이상화는 2010 밴쿠버올림픽을 제패한 뒤라 무난히 금메달이 예상됐지만 대회 한 달 전 발목 부상이 그야말로 발목을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상화는 오른 종아리 부상 후유증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근육 미세 파열 부상으로 100% 몸 상태가 아니었다. 여기에 일본에 온 뒤 감기까지 겹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상화는 "마지막 코스에서 실수가 나와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시즌 초반 몸이 좋지 않았는데 잘 한 것 같고, 은메달이 더 예쁘다"고 들어보이면서 활짝 웃었다. 이어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일본에 온 뒤 감기까지 걸렸다"고 비음을 섞어 말한 이상화는 "그러나 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라며 변명은 하지 않았다.
올 시즌 고다이라에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상화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번의 레이스에서 은메달 2개, 동 1개에 그쳤고, 지난 10일 강릉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고다이라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고다이라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경계심을 드러냈고, 은근한 신경전 양상까지 보였다. 고다이라는 경기 후 "이상화는 아주 좋은 선수라 레이스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여전히 이상화는 여전히 내게 강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면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 붙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고다이라는 월드컵 5차 대회까지 치르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세계선수권까지 강행군의 연속이다. 그러나 고다이라는 "31살인데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30살"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전혀 피곤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긴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이상화와 나눈 얘기도 들려줬다. 고다이라는 "레이스를 마친 뒤 이상화가 다가와 축하하면서 '친구(friend)'라고 하더라"면서 "그래도 '내가 선배'라고 농담을 했다"며 웃었다.
고다이라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다. 이에 "이상화가 친구이자 경쟁자, 또 한국어 선생님이냐"고 묻자 고다이라는 "그런 의미가 있지만 내가 선배"라고 또 강조하며 웃었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이상화와 여전히 빙속 여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선배의 우위를 강조한 고다이라. 둘의 진검승부는 내년 평창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