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 나온 30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양상문 LG 감독이었다. '양파고'라는 별명답게 스마트폰을 활용해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평소 신중한 성격과 달리 파격적인 답변과 동작까지 취하면서 행사장을 후끈 달궜다.
각 구단 수장들의 각오를 밝힐 때부터 양 감독은 비장한 출사표로 주목을 받았다. 양 감독은 "시즌 144경기가 많긴 하지만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가진 모든 역량과 기술을 1경기에 쏟아부어 팬들이 열광하고 열정과 감동을 느끼도록 약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감독은 오는 31일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하는 순서에서 한 몸에 주목을 받았다. 넥센과 고척스카이돔에서 개막전을 갖는 양 감독은 선발 투수를 묻자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뒤 양 감독은 'LG 개막전 선발 투수 헨리 소사'라는 문구를 띄운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보였다. 팬들이 흔히 응원 문구를 띄우는 앱을 이용한 것이었다. 양 감독은 "나도 한번 (이걸) 해보고 싶었다"며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런 양 감독은 답변에 날카로운 칼도 은근히 드러냈다. 올 시즌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양 감독은 "한 팀이 롱런하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해서도 안 되고 발전도 없다"는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내놨다. 최근 한국시리즈(KS) 2연패를 이룬 잠실 라이벌 두산을 겨냥한 답변이었다.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양 감독은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그 어느 해보다 더 새로운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승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한번 기다려보겠다"고 정상에 대한 의지를 에둘러 드러냈다.
이어 양 감독은 "이대호가 잠실 LG전 성적이 좋다"면서 동석한 본인에게 직접 묻고 확인까지 했다. 이대호가 "그렇다"고 답하자 양 감독은 "외국물 많이 먹었으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다른 팀과 할 때 많이 치시오"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이대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옛 스승의 도발에 이대호는 "감독님이 언제적 얘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다"면서 "감독님을 모신 지 10년이 자났다"고 맞받아쳤다. 이대호는 양 감독이 물러난 2005년까지 한솥밥을 먹었고, 2011시즌 이후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6년 만에 롯데로 복귀했다. 이어 이대호는 "LG 투수들이 거기(자신의 약점)로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경기는 붙어봐야 될 것 같다"고 호언했다.
양 감독의 파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LG 주장 류제국은 양 감독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칭찬을 많이 못 받았는데 야구를 잘해서 뽀뽀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양 감독은 질색을 하는 류제국을 잡아 끌어당기면서 볼에 뽀뽀를 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좌완 차우찬을 4년 95억 원에 영입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과연 '양파고'의 출사표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