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란' 제2의 넥센은 올해도 탄생할까

'부담 없이 도전하겠습니다' 올해 롯데와 삼성은 객관적인 전력상 상위권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 주장 이대호(왼쪽)와 삼성 간판 구자욱은 부담 없이 이런 전망을 뒤엎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자료사진=이한형 기자, 삼성)
넥센은 지난해 시즌 전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2015시즌 뒤 'KBO 홈런왕' 박병호(미네소타)와 안타왕 유한준(kt),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 마무리 손승락(롯데) 등 핵심 선수들이 이적한 데다 불펜의 주축이던 조상우, 한현희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넥센은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선수단 총 연봉이 40억 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2.5배에 달하는 호화 군단을 제치고 당당히 가을야구 무대에 나섰다. 이처럼 시즌 전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는 구단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는 어떨까. 올해도 시즌 전 예상으로는 5강 후보들이 얼추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뒤엎을 후보들도 절치부심 시즌을 벼르고 있다. 2017년 언더독의 역습은 이뤄질 것인가.

▲두산·KIA·LG·NC 외에 나머지 5강 후보는?

올해 KBO 리그 5강 후보로는 대체로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지난 스토브리그 전력 보강이 알찼던 KIA와 LG, 신흥 명문 도약을 꿈꾸는 NC 등이 꼽힌다. 두산은 2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올해도 우승후보 1순위다. KIA는 4년 100억 원에 좌타 거포 최형우를 모셔온 데다 에이스 양현종도 잔류해 투타에서 두산의 대항마로 꼽힌다.

지난해 플레이오프(PO)까지 진출한 LG도 4년 95억 원에 좌완 차우찬을 데려와 대권에 도전한다. 지난해 2위를 차지한 NC는 최강 타자 에릭 테임즈(밀워키)가 빠졌지만 이재학이 승부 조작 무혐의로 풀리는 등 큰 전력 누수는 없어 5강은 무난해 보인다.

대체로 남은 5강의 한 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 많다. 일단 지난해 3위 넥센은 올해 더 높은 목표를 노리고 있다. 조상우, 한현희가 복귀하는 만큼 지난해 정도의 성적은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동지에서 적으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진행된 '2017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LG 차우찬(왼쪽부터)이 시즌 각오를 밝히자 삼성 김상수, 구자욱이 귓속말을 하는 모습.(자료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지난해 하위권 팀들도 올해 반격을 노린다. 특히 KBO 리그 출범부터 유이하게 팀 명칭을 유지하고 있는 영남의 두 팀 삼성과 롯데가 권토중래를 노린다. 롯데와 삼성은 지난해 각각 8, 9위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은 2015년 정규리그 1위에서 구단 사상 최저인 9위로 떨어져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올해도 두 팀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삼성은 앞서 KIA, LG가 데려가면서 최형우, 차우찬 등 전력 핵심을 놓쳤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격, 타점, 안타왕이었고,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다. 롯데는 역대 최고액인 4년 150억 원에 이대호를 영입했으나 황재균(샌프란시스코)를 잃었고, 최근 2선발감이던 외인 투수가 교체되는 홍역을 앓았다.

때문에 롯데는 5강보다는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대호가 왔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삼성 역시 출혈이 심각해 가을야구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설 이승엽(41)의 은퇴 시즌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위권 분류 삼성-롯데, 언더독 반란 이루나

하지만 지난해 넥센처럼 삼성, 롯데도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오히려 시즌 전 예상 성적이 높지 않아 부담 없이 상위권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 간판 타자로 거듭난 구자욱은 지난 27일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가을야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말에 대해 실망보다는 자극을 받는 눈치였다. 구자욱은 "오히려 부담이 적어서 마음 편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삼성은 지난해 최악의 외인 농사가 아쉬웠다. 외인 투수 4명이 왔지만 고작 6승에 그쳤다. 이들이 10승만 더 해줬어도 가을야구가 가능했다. 외인 타자 역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외인들이 평균만 해줘도 삼성은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더욱이 삼성은 동기 부여도 강하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이승엽이 은퇴를 예고한 만큼 마지막 가을야구를 안기기 위한 후배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구자욱과 주장 김상수는 입을 모아 "이승엽 선배에게 마지막 가을야구 선물을 안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6, 7위로 아쉽게 가을야구에 이르지 못한 SK와 한화는 각각 신임 트레이 힐만 감독(위)과 마지막 시즌을 맞는 김성근 감독을 앞세워 올 시즌 가을야구를 노린다.(자료사진=이한형 기자)
롯데도 가을야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주장 이대호는 "솔직히 우리 팀이 좋은 멤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이대호는 "하지만 팀이 하나가 돼서 분위기를 타면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이룬 이대호의 장담이라 허투루 듣기 어려운 상황.

이밖에 지난해 6위로 아쉽게 5강에서 탈락한 SK도 새 외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 체제로 재편해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한화도 김성근 감독의 임기 마지막 시즌과 이용규, 정근우의 FA 마지막 해, 여기에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 거물급 외인 투수를 앞세워 반등을 노린다. 막내 kt도 시범경기 1위의 기세를 몰아 꼴찌 반란을 도모한다.

사실 지난해 삼성이 9위에 머물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넥센의 선전도 의외였다. 과연 올해는 어느 팀이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 상위권 팀들의 하락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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