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올해 4경기 등판에 벌써 블론세이브가 2개나 됐다. 3이닝 동안 8피안타로 피안타율이 무려 5할이다.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9.00에 달한다. 시즌 성적은 1승1패 1세이브 1홀드.
첫 등판이던 지난 1일 삼성전부터 꼬였다. 임창용은 7-4로 앞선 9회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 1개씩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연장 10회 팀이 이겨 승리 투수가 됐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6일 SK전 1이닝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따낸 임창용은 8일 한화전에서 다시 불을 질렀다. 1점 차를 지키지 못하고 1이닝 3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 역전패를 안았다. 다음 날 다시 올랐지만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2피안타 1볼넷 1실점한 뒤 강판했다. 심동섭이 1점 차를 지키면서 간신히 임창용은 홀드를 따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임창용과 면담을 했다. 김 감독은 "면담까지는 아니고 차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얘기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일단 부담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임창용에게 어깨에 놓인 짐들 중 하나만 내려놓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임창용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일본 무면허 운전 등으로 마음고생이 있었다.
몸 상태나 구위의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 감독은 "타구의 바운드나 스트라이크존 등 뭔가 요즘 임창용 주위의 기가 좋지 않았다"면서 "그럴 때는 피해가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를 잠시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7회나 8회도 승부처면 나갈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에둘러 얘기했다.
베테랑에 대한 김 감독의 배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임창용이 20년 넘게 하면서 귿오안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나도 선수 생활 때 느껴봐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 막판 번트 지시가 왔을 때 '아, 이제 나도 번트를 하게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인들이 1구, 2구를 몸쪽으로 넣는데 '이제 나를 무서워 하지 않는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90년대 쌍방울에서 최초의 좌타자 홈런왕 등 거포로 군림한 김 감독은 삼성을 거쳐 SK에서 2005년 은퇴했다.
김 감독은 "임창용이 다시 마무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과연 임창용이 김 감독의 신뢰와 배려에 보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