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감독 '웃픈 농담'에 담긴 삼성의 현실

'일요일에는 위로를 받을까요' 삼성 김한수 감독이 15일 롯데와 원정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부산=삼성)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삼성의 시즌 2차전이 열린 15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김한수 삼성 감독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취재진 앞에서 특유의 긍정적인 미소를 지었지만 어두운 그늘을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전날까지 2승10패, 최하위에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도 경기 중반 역전에 성공했으나 7회 어이없는 실책과 불펜 난조 등으로 5점을 헌납해 역전패했다.

리그 최고 명문을 다투는 삼성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해온 김 감독이기에 최근의 부진은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지난 1994년 데뷔한 김 감독은 2002년 팀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고 2005, 06년까지 선수 시절 세 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코치로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KS 4연패, 2015년까지 정규리그 5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무너진 제국 삼성의 현주소는 열악하다. 임창용(현 KIA), 안지만 등이 도박 혐의로 팀을 떠나야 했고, 박석민(NC)과 최형우(KIA), 차우찬(LG) 등 대어급 선수들도 하나둘 이적했다. 2010년대 최강팀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15일 경기 전 김 감독의 웃픈 농담은 삼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날 경기는 전날 롯데의 역전승과 화창한 날씨로 만원 관중이 예상됐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롯데는 표가 매진되는 날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김 감독은 "그 말에 굉장히 위안을 받습니다"고 답하면서 얼굴에 다소 화색이 돌았다. 우연이지만 이날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원정팀 승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라도 믿고 싶은 표정이었다.


'선취점까진 좋았는데...' 삼성 이승엽(오른쪽)이 15일 롯데와 원정에서 1회 선제 적시타를 때려낸 뒤 2루까지 내달리다 태그아웃되고 있다.(부산=삼성)
그러나 삼성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날 사직구장은 만원을 이루지 못했다. 2만6000여 석에 2만3997명이 들어왔다. 그 때문이었을까. 삼성은 4-6 역전패를 안으며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관중 속설 때문이 아니더라도 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날 삼성은 1회 선취점을 뽑고 6회 3-3 동점을 만드는 등 타선이 선전했다. 그러나 투수진이 볼넷을 10개나 내주는 등 버티지 못하며 결국 4-6으로 졌다. 올 시즌 극심한 투타의 엇박자를 어쩌지 못했다.

주요 지표들도 하위권이다. 팀 타율(2할5푼4리)과 득점(평균 4.07점) 7위, 평균자책점(ERA) 8위다. 수비와 주루도 마찬가지다. 실책(14개) 2위, 수비율(.971) 9위에 도루(5개) 8위, 주루사(6개) 1위 등이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당장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요인들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1선발 앤서니 레나도는 오른 허벅지 부상으로 5월 이후에나 복귀한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와 베테랑 우익수 자원 박한이도 아직 완전치 않다. 삼성의 수비 구멍으로 꼽히는 포지션이다.

때문에 삼성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외인 타자 다린 러프에 대한 고민에 들어간 모양새다. 연봉 110만 달러(약 12억5000만 원)에 영입한 러프는 13경기 타율 1할3푼(46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에 허덕이고 있다.

일단 삼성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올 시즌 전력을 아는 만큼 김 감독에게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리빌딩에 중점을 두라"고 당부한 상황이다. 그러나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에도 어느 정도 보답해야 하는 삼성이다. 15일 끝내 통계와 관련해 위로를 받지 못했던 김한수 감독. 과연 삼성이 명가 재건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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