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한현희-주효상' 카드, 넥센을 구해내다

'형, 공이 너무 좋아요' 넥센 선발 한현희(왼쪽)와 포수 주효상이 20일 SK와 원정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인천=넥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넥센의 시즌 3차전이 열린 20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장정석 넥센 감독은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포수. 전날 마스크를 썼던 김재현 대신 2년차 주효상이 안방마님으로 나섰다. 올 시즌 처음이자 지난해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출전이다.

넥센은 주전 포수 박동원이 전날 1군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 장 감독은 "생각이 많아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아 되돌아볼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이 연패에 빠진 상황에 분위기 전환 차원도 있었다. 대신 1군에 오른 주효상은 전날 경기 후반 교체 투입돼 실전 감각을 익혔다.

이날 주효상의 선발 출전에 대해 장 감독은 "오늘 선발 등판하는 한현희가 몸을 만드는 과정(퓨처스 리그)에서 호흡을 맞춰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또 성장하는 선수라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주효상은 지난해 넥센이 1차 지명돼 계약금 2억 원에 사인했다. 데뷔 시즌 12경기 타율 2할2푼2리(18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장 감독은 "기본적으로 벤치와 몇 가지 교감을 나누겠지만 직접 사인을 낼 것"이라면서 "오늘 투수의 어떤 구질이 좋은지 타자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사실상 6연패 탈출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장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주효상은 신인급 답지 않은 노련한 리드로 한현희와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 연패 탈출의 귀중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한현희-주효상 배터리는 최근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SK 타선을 잠재웠다. 팀 홈런(26개)과 장타율(4할6푼6리) 1위에 득점권 타율(3할3리) 2위의 SK 타선은 6회까지 무득점에 머물렀다.

넥센 투수 한현희가 20일 SK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인천=넥센)
한현희-주효상 배터리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SK 타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했다.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로 우타자들을, 체인지업을 활용해 좌타자들을 요리했다. 6회까지 삼진을 7개나 솎아냈다.

안타는 1회 첫 타자 노수광에게 내준 게 유일했다. 그나마도 비디오 판독 끝에 허용한 1루수 앞 내야 안타였다. 이후 정진기를 병살타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3회 유일하게 득점권을 맞았다. 1사 뒤 박승욱을 볼넷, 노수광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그러나 좌타자 정진기, 한동민을 각각 삼진,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다.

한현희는 이날 최고 구속 147km의 힘있는 직구와 크게 휘는 슬라이더, 적절한 체인지업까지 81개의 공으로 6회까지 막았다. 사사구는 3개였다. 타선도 힘을 내 5회 2점을 내면서 승리 요건도 채웠다.

하지만 주효상은 아쉬움도 남겼다. 한현희가 내려가자마자 넥센은 거짓말처럼 역전을 허용했다. 2-0으로 앞선 7회 등판한 이보근이 2사 뒤 이홍구의 1점 홈런 등 집중 5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6회까지 주효상은 한현희와 최상의 조합을 자랑했지만 이보근과는 궁합이 썩 좋지 않았다. 지난 14일 첫 선발 등판한 KIA전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현희는 또 다시 시즌 첫 선발승이 무산됐다. 그러나 팀 연패 탈출을 소중한 밑거름이 된 호투였다.

넥센의 연패 탈출 의지는 강했다. 8회 2사 2루에서 김하성이 상대 필승 불펜 박희수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때려내며 4-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서건창 2루타, 윤석민의 적시타로 5-3까지 달아났다. 주효상이 8회 대타 이택근으로 교체된 가운데 김재현이 마스크를 이어받아 조기투입된 마무리 김세현과 함께 승리를 지켰다.

결국 넥센은 5-3으로 이겨 지긋지긋한 6연패 사슬을 끊었다. 비록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한현희는 선발 전환 성공은 물론 정상급 선발로 도약을 예약했고, 주효상은 차세대 안방마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 후 한현희는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 기쁘다"면서 "주효상과 호흡도 좋았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나중에 보근이 형이 잘 해서 선발승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2010년 이후 7년 만의 8연승이 무산됐다. 이홍구의 4경기 연속 홈런도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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