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vs 정진호, 즐거운 '인터뷰 기술' 논쟁

'감독님, 저 인터뷰 잘 해요'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과 7일 역대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외야수 정진호.(자료사진=두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삼성의 시즌 9차전이 열린 8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외야수 정진호(29) 얘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날 정진호는 KBO 리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5회 만에 대기록을 달성해 역대 최소 이닝 신기록을 세웠다. 김 감독은 "역대 최소 이닝 기록이라니 오늘도 정진호가 당연히 출전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살짝 아쉬움도 드러냈다. 바로 서툰 인터뷰 때문. 김 감독은 "어제 경기 후 방송 중계 인터뷰를 보는데 너무 말을 못 하더라"면서 "그래서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고 폭소를 자아냈다. 취재진도 방송 뒤 인터뷰에서 "정진호가 정말 단답형으로 말하더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정진호는 데뷔 후 백업 선수로 줄곧 뛰면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지난 2011년 입단한 정진호는 지난해까지 상무에서 뛴 2년을 빼고 통산 4시즌 201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2015년 77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장이었다. 올해도 2군을 오가며 24경기 출전에 머물러 있다.

김 감독은 "많이 인터뷰를 하면 말솜씨도 늘 것"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백업으로는 출전 기회가 들쭉날쭉해 감각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결국은 정진호가 주전이 되기 위해서는 주전을 제쳐야 한다"고 뼈 있는 조언을 했다. 그러면서 주전 외야수인 박건우의 훈련 모습을 바라봤다.


'인터뷰 달인으로...' 두산 정진호가 8일 삼성과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전날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과 관련한 소회를 들려주고 있다.(잠실=노컷뉴스)
이날 경기 전 훈련을 마친 정진호는 더그아웃으로 다시 나왔다. 전날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해듣기 위한 취재진의 요청이었다.

정진호는 "인터뷰를 너무 못 하더라"는 김 감독의 말을 전해듣더니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인터뷰를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정진호는 "말수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말을 못하는 게 아니다"고 부인했다.

본인의 부인에도 인터뷰 기술이 살짝 부족해 보이긴 했다. 전날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 30~40명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500통 정도 받았다는 정진호.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를 하나 소개해 달라는 말에 정진호는 "그냥 다 감동적이고 좋았다"고 다소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그러나 질문이 거듭될수록 정진호의 진가가 드러났다. 전날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는 홈런볼을 건네준 삼성 외야수 구자욱과 경기 후 저녁을 함께 먹었다는 정진호. "소고기를 사줬다"면서 정진호는 "구자욱이 '어떻게 공을 곧바로 건네줄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아무래도 전우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정진호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입은 밀리터리 유니폼에 대해 "상무에서 야구를 잘 해서인지 그 유니폼을 입고 대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앞으로는 군용 속옷을 입고 경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경기 후 두산은 롯데와 주말 울산 원정에 나선다. 정진호는 "경기 잘 하고 내려가라"는 취재진의 덕담에 "그런 소리는 마시라"고 짐짓 핀잔을 줬다. "내려가라는 말이 2군으로 가라는 말처럼 들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연 정진호는 인터뷰를 못 하는 선수가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