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걸림돌이 동료?' KIA 최형우의 절치부심과 아이러니

'과연 누구에게 줘야 할까' 올 시즌 KIA 열풍을 이끌고 있는 타선과 마운드의 핵심 최형우(왼쪽)와 헥터 노에시. 전반기 기세를 이어 팀 우승을 견인한다면 모두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자료사진=KIA)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전반기 1위를 확정한 KIA가 선두 자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지난달 마산 원정 3연패 치욕을 모두 씻어내기는 다소 부족하지만 일단 2위 NC와 격차를 넉넉하게 벌렸다.

KIA는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홈 경기에서 7-4 승리를 거뒀다. 신바람 3연승으로 최근 10경기 9승1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이어갔다.

55승28패가 된 KIA는 유일한 승률 6할대(.663)로 2위 NC(48승33패)와 승차를 6경기로 벌렸다. 오는 15일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남은 2경기를 모두 져도 KIA는 NC와 4경기 차 1위다. 물론 KIA로서는 최소 위닝시리즈를 목표로 하겠지만 어쨌든 여유있는 선두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KIA 전반기 1위의 공신들을 꼽자면 셀 수 없다. "1~2명이 아닌 모두가 다 잘하고 있다"는 김기태 KIA 감독의 평소 표현대로다. 불펜이 다소 불안하지만 KIA는 투타, 공수주에서 거의 모든 선수단이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전반기 MVP를 꼽자면 누가 될까. 후반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KIA의 전반기 MVP라면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리그 우승에 사실상 가장 근접한 팀인 데다 개인 기록도 빼어난 후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력에 외모도 김기태 감독 판박이?' KIA 최형우(왼쪽)가 11일 NC와 홈 경기에서 1회 선제 2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려낸 뒤 후속 김선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면서 이범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광주=KIA)
일단 지난해 KIA에는 없었던 선수가 눈에 띈다. 4년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인 4번 타자 최형우(34)다. 삼성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해온 최형우는 올해 최강 KIA 타선을 이끌고 있다.

중심 타자답게 당당히 타점 1위(79개)를 달린다. 홈런은 5위(20개)지만 장타율(6할7푼2리), 출루율(4할8푼) 1위에 당연히 이 둘을 합한 OPS도 1위(1.152)다. 타율도 동료 김선빈(3할8푼4리)에 이어 2위(3할6푼8리)다. 클러치 능력과 정확도까지 현재 KBO 리그 최고 타자라 할 만하다.

KIA의 고질이던 좌타 거포 4번 타자 문제를 해결해줬다. 최형우가 4번에 떡 하니 버텨주면서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 등 기존 중심 타자들도 힘을 냈다. 지난 시즌 막판 합류한 김선빈, 안치홍 등 중고참과 새 외인 로저 버나디나까지 이끌어준 핵심이었다. KIA의 전반기 MVP로 손색이 없다.

이런 기세라면 갈망해왔던 시즌 MVP도 가능하다. 사실 최형우는 삼성에서 뛴 지난해도 리그 최고 타자였지만 MVP에 오르지는 못했다. 2016시즌 최형우는 타율(3할7푼6리), 타점(144개), 안타(195개) 등 3관왕에 올랐다. 본인도 커리어 하이를 찍은 기록에 내심 MVP를 기대했다.


하지만 MVP는 더스틴 니퍼트(두산)에게 돌아갔다. 니퍼트 역시 22승3패, 평균자책점(ERA) 2.95로 승률까지 3관왕에 올랐다. 개인 기록으로만 보면 최형우와 엇비슷했으나 니퍼트는 팀 우승을 이끈 프리미엄을 업었다. MVP 투표 점수 결과는 642-530, 최형우는 "나름 어마어마한 기록을 내서 기대가 많았고 받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최형우가 경쟁 끝에 MVP를 수상한 두산 니퍼트(왼쪽)를 축하하며 포옹하는 모습.(자료사진=이한형 기자)
최형우의 고배는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최형우는 홈런(30개)과 타점(118개), 장타율(6할1푼7리) 3관왕에 타율 2위(3할4푼)의 맹활약으로 삼성 왕조의 서막을 연 2010년대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다승(17승), ERA(2.45), 탈삼진(178개), 승률(7할7푼3리)까지 4관왕에 오른 KIA 윤석민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최형우는 인지도에서 윤석민과 차이가 많았다. 윤석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 핵심으로 활약했지만 최형우는 무명에서 출발해 군 복무 뒤 차츰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에야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경우였다. 당시 기자단 투표에서 최형우는 8표에 그쳐 62표를 얻은 윤석민은 물론 당시 팀 동료 오승환(현 세인트루이스)의 19표에도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그때와 최형우의 위상은 크게 다르다. 2012년 살짝 부진했지만 2013년부터 최형우는 리그 정상급 타자로 군림해왔다. 삼성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을 이끈 4번 타자였다. 3할을 훌쩍 넘는 타율과 평균 30홈런, 100타점 이상의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KBO에서 가장 먼저 100억 원 몸값을 찍은 것도 이런 활약 때문이다. 다만 2013년부터는 홈런 50개 이상을 때려댄 박병호(현 미네소타)와 200안타의 서건창(넥센), 40-40클럽을 개설한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등 괴물들이 즐비해 MVP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봐, 물(?)은 내가 먹을게' 지난해부터 KIA에서 뛴 헥터 노에시(왼쪽)는 올해 이적해온 최형우와 함께 최강 호랑이 군단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SK전에 앞서 헥터가 물을 마시는 최형우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자료사진=KIA)
박병호와 테임즈는 떠났건만 최형우는 올해도 강력한 MVP 라이벌과 맞붙어야 한다. 얄궂게도 팀 동료와 치열한 경쟁이다. KIA는 물론 리그 최고의 에이스 헥터 노에시(30)다.

헥터도 KIA의 전반기 MVP로 손색이 없다. 헥터는 올해 17경기 등판해 14승 무패 행진을 달렸다. 11일 NC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15연승을 거두며 2014년 앤디 밴 헤켄(넥센)이 세운 역대 외국 선수 최장 기록(14연승)을 갈아치웠다.

다승 1위에 이닝도 1위(116⅔이닝)다. 17경기만 뛰고도 이닝 2위(114⅔이닝)의 메릴 켈리(SK)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팀 공헌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ERA 6위(3.16), 탈삼진 4위(87개) 등 다소 떨어지는 다른 부문의 순위를 벌충해줄 요소다. 무엇보다 연승 기록이 이어진다면 외국 선수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최형우와 MVP 한판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의 MVP 2파전은 KIA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여기에 홈런 1위(30개) 최정(SK)이 괄목할 만한 홈런 기록을 세운다면 강력한 후보로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일단은 최형우와 헥터가 개인은 물론 팀 성적까지 감안해 가장 유력한 후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난해 팀 성적의 열세 속에 아쉽게 생애 첫 MVP를 놓쳤던 최형우. 올해 강력한 동료들과 함께 KIA를 1위로 이끌며 지난해 아쉬움을 씻을 태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료가 너무 강해서 생애 첫 MVP를 위협할 라이벌로 떠오른 상황이다. 최형우와 헥터, KIA 공격과 수비를 이끄는 양웅이 벌일 선의의 경쟁에서 과연 누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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