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왜 이승엽의 인사에 박수를 보냈나

'국민타자의 마지막 올스타전 인터뷰' 삼성 이승엽이 14일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대구=삼성)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둔 인터뷰에서까지 이승엽(41 · 삼성)은 '국민 타자'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을 법한 전설이지만 여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겸손한 자세로 부드러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제 떠나는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위한 뼈있는 조언과 한국 야구를 위한 당부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아직 전설의 은퇴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묵직한 울림은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했다.


이승엽은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마지막 '별들의 잔치'에 나서는 소회를 드러냈다. 이승엽은 지난 1997년 처음 올스타전에 나선 뒤 이번이 11번째다.

일단 이승엽은 인터뷰실로 들어오면서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린 것을 보더니 "우선 오랜만에 기자회견에 이렇게 카메라가 많이 들어선 것 같은데 옛날 생각을 나게 한다"며 인삿말을 했다. 아시아 한 시즌 신기록인 56홈런을 날린 2003시즌과 이후 해외 진출을 노렸던 당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

'이런 셔터 세례 오랜만이네' 삼성 이승엽이 14일 기자회견에 운집한 취재진을 보며 파안대소하고 있다.(대구=삼성)
11번째 올스타전인 만큼 큰 감흥은 없는 듯 보였다. 이승엽은 "11번째지만 그 중에 한번으로 생각한다"면서 "(본 경기가 열리는) 내일 정도 되면 와 닿는 게 있겠지만 아직 야구장에 나가지 못해서 느끼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스터 올스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엽은 "항상 올스타전에 나오면 MVP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는데 마음먹은 대로만 되면 반칙 아닌가"라면서도 "첫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쳤으니 이번 마지막에도 칠 수 있도록 팀 배팅보다 홈런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얻어 걸려서라도 나오게끔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최고령 올스타 베스트(40세10개월27일)에 대해 이승엽은 "팬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프로야구의 중심이 젊은 선수가 돼야 하는데"라며 송구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신의 위한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모두의 올스타전"이라면서 극구 만류한 이승엽이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후배들과 한국 야구계에 따끔한 일침을 이어갔다. 이승엽은 "하지만 베테랑을 이기지 못하는 후배들의 반성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면서 "또 올해 사건과 사고 일어나서 프로야구 선수 전체가 반성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구단 고위층과 심판의 부적절한 돈 거래와 선수의 음주 운전 사고 등을 염두에 두고 작심한 발언이었다.

'제가 다시금 고개 숙입니다' 삼성 이승엽이 14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박수 속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대구=삼성)
올스타의 자격에 대한 엄격한 잣대도 제시했다. 이승엽은 "지금은 올스타를 팬 투표에 의해 뽑기 때문에 팬의 인기가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기 때문에 남들보다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른 모습, 모범이 돼서 어린이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많이 올스타에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 시대의 올스타상을 제시했다.

이승엽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처음 올스타에 뽑혔던 때를 11번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스타는 어릴 적 상상해 보지도 못한 글자였다"면서 "고교 때는 프로 선수가 꿈이었고, 들어와서는 주전 1루수가 꿈이었는데 올스타로 뽑혔다고 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했다.

이어 "어릴 때 이만수, 박철순 선배님이 우상이었는데 그때의 나처럼 내일 나와 함께 뛰고 싶다는 후배 최주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겸손한 선배로 돌아왔다. 전설의 마지막 별들의 잔치가 될 2017년 올스타전이다.

이승엽이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취재진은 일제히 박수로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르는 전설을 예우했다. KBO 관계자는 "기자회견 뒤 이렇게 취재진이 박수를 보낸 것은 또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박수를 받을 만한 인터뷰였고, 실제로 박수칠 때 떠나는 국민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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