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호주와 뉴질랜드의 합류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아시아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정현(30·안양 KGC인삼공사)의 분발이 필요하다.
9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한국과 레바논의 C조 첫 경기에서 이정현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현은 17분동안 출전해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2점슛 1개, 3점슛 5개를 던졌으나 1개도 넣지 못했다.
실책은 3개를 범했다. 한국이 13점차 열세를 만회하고 2점차로 추격한 4쿼터 중반 이정현의 3점슛 실패와 실책이 이어지면서 흐름이 끊겼다. 해결사 능력을 갖춘 선수라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정현은 지난 2016-2017시즌 안양 KGC인삼공사를 프로농구 챔피언에 올려놓았고 국내선수 평균 득점 1위에 오르며 전성기의 도래를 알렸다. KBL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 대우인 첫해 보수 총액 9억2천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전주 KCC로 이적하기도 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이정현에게 기대가 크다. 리그 슈팅가드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있고 지난 시즌에는 득점뿐만 아니라 패스를 통해서도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도 크게 발전했다.
대표팀은 허재 감독의 지휘 아래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김주성, 양동근 등 대표팀 터줏대감들이 대거 빠졌다. 이정현은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조선의 슈터'라는 별명을 얻은 조성민의 빈 자리를 채우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
대표팀에는 임동섭, 전준범, 허웅 등 여러 슈터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직접 공격을 전개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정현은 남다른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이정현은 첫 경기의 부담감 때문인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정현은 2년 전 처음으로 아시아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조성민의 백업선수로서 대표팀 경험을 발판삼아 프로농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나갔다.
이제는 자신이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됐다. 더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KBL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로서 부담감이 크겠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프로농구에서 갈고 닦은, 한단계 더 성장한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대표팀에게도 숨통이 트인다. 외곽 에이스를 맡아야 할 선수는 분명 이정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