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도 당혹' 난타전 PO, 포수의 문제는 아닐까

두산과 NC가 벌이고 있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연일 빅이닝이 나오는 등 역대급 타격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두 팀 투포수들이 타자들의 성난 기세에 고전 중이다. 사진은 18일 2차전에서 NC 포수 박광열이 불펜 김진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잠실=NC)
니느님도,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투수도, 84억 원 모범 FA도 버텨내지 못한다. 역대 플레이오프(PO) 한 이닝 최다 득점 타이 등 빅이닝이 잇따르고 역대 포스트시즌(PS) 한 경기 최다 홈런이 폭죽처럼 터진다.

두산과 NC가 벌이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다. 1차전에서 NC가 두산의 가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필승조를 두들기자 2차전에서 두산이 NC 마운드를 맹폭하며 멍군을 불렀다.

17일 1차전에서 NC는 니퍼트를 상대로 재비어 스크럭스의 만루홈런을 포함해 5⅓이닝 동안 6점(5자책)을 뽑아냈다. 8회는 이용찬, 이현승 등 두산 승리조에 7점을 얻어내며 쐐기를 박았다. NC 타선은 장단 17안타를 퍼부으며 13-5 낙승을 거뒀다.

다음 날 2차전에서는 두산이 호되게 되갚았다. 이날 선발 장원준도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흔들렸지만 타선이 잡아줬다. 김재환의 3점 홈런 2방과 최주환의 역전 결승 만루포 등 홈런 4방에 장단 15안타로 17점을 뽑아냈다. NC도 홈런 4방을 쳤지만 7-17 패배를 막지 못했다. 6회 8득점은 역대 PO 한 이닝 최다 득점 타이다.

이날 두 팀이 때려낸 8홈런은 역대 PS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이전까지는 7홈런이 두 차례 있었다. 1999년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롯데(3개)-삼성(4개)의 PO 7차전과 2009년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1개)-SK(6개)의 PO 5차전이다. 그것도 가장 넓은 잠실에서 나온 홈런 기록. 그만큼 힘있는 정타가 많아 나왔다는 것이다.

두산 김재환이 18일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잠실=두산)
이러니 감독들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후 "잠실에서 이렇게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은 2004년부터 7시즌 이상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 사령탑을 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니퍼트도 경기 중반 제구가 흔들렸지만 초반에는 공이 좋았다"면서 "특히 장원준은 올해 공이 좋았는데도 맞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원준은 이날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 거의 모든 구종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때문에 감독들의 마운드 운용 계획도 차질이 빚어진다. 두산은 자랑인 원투펀치 니퍼트-장원준이 모두 무너졌다. NC도 장기인 불펜이 속절없이 붕괴됐다. 감독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이 점수를 많이 줬다"고 했고, 김태형 감독도 "선발들이 계산했던 것보다 초반에 점수 많이 줬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단 투수들의 구위가 좋지 않다기보다 타자들이 워낙 좋다는 의견이다. 김경문 감독은 "필승조 제프 맨쉽이 맞았는데 두산이 잘 쳤다"고 인정했다. 2차전에서 맨쉽은 6회 최주환에게 바깥쪽 시속 147km 투심을 던지다 밀어때린 좌월 만루홈런을 맞았다.

김태형 감독도 마찬가지다. 선발들이 무너진 데 대해 김 감독은 "NC의 타격감이 워낙 좋다"면서 "선발들의 공이 좋았는데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대량실점을 막지 못하고 있는 NC 포수 김태군(왼쪽)과 두산 양의지.(자료사진=NC, 두산)
그렇다면 포수들의 볼 배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두 팀이 자랑하는 원투펀치와 필승조가 이처럼 허무하게 맞아나간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그만큼 서로 잘 이뤄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수가 상대에게 읽히고 있다는 뜻이다.

1차전 역전 결승 만루홈런의 주인공 스크럭스는 "니퍼트가 슬라이더로 승부할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스크럭스는 그야말로 완벽한 게스 히팅으로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렸다. 실투이긴 했지만 타이밍상 예측을 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했을 궤적이었다.

2차전에서 장원준은 초구 홈런을 2개나 맞았다. 스크럭스의 2루타까지 더하면 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모든 구종이 장타로 연결됐다. 김재환은 3회 동점 3점 홈런 때 주저없이 이재학의 3구째 속구를 통타해 오른쪽 관중석 최상단을 맞혔다. 연속 3개의 속구를 예상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했을 굉장한 스윙이었다.

이럴 경우 중요해지는 것은 포수들의 리드다. 상대의 정타가 계속 이뤄지면 패턴을 바꾸는 등 포수의 역할이 커진다. 하지만 두 포수 모두 결정적 역전을 막지 못했다. 양의지는 1차전 8회 7실점 빅이닝 때 마스크를 썼고, 김태군은 2차전에서 최주환에게 만루포를 맞은 뒤 교체됐다.

두 팀의 안방마님은 현재 리그 최정상급 포수다.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KS) MVP에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김태군은 4년 연속 NC의 가을야구를 이끈 공신으로 타격은 다소 약하지만 리그와 견제 등은 발군이라는 평가다.

김경문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양의지는 아주 여우처럼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칭찬했다. 포수 출신의 김 감독인 만큼 최고의 찬사다. 김 감독은 김태군에 대해서 "지금까지 아주 잘해주고 있다"고 역시 호평했다.

다만 이번 PO에서 두산의 평균자책점(ERA)은 9.00, NC는 11.65나 된다. 물론 투수들의 컨디션과 실투 등의 변수가 있지만 포수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를 쉰 뒤 20일 펼쳐지는 PO 3차전은 불방망이가 난무했던 앞선 2경기와 달리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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