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신' 박세혁 "헥터와 12구 승부? 살겠다는 생각뿐"

25일 KIA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팀 승리를 이끈 두산 포수 박세혁.(사진=두산)
생애 첫 한국시리즈(KS), 경기 전 긴장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지만 엄살이었나 보다. 두산 포수 박세혁(27)이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세혁은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S 1차전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주전 양의지가 허리 통증으로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안방을 책임지게 된 것.

이미 박세혁은 NC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3차전도 1회에 교체 투입돼 선발 출전이나 다름 없었다. PO 4경기 9타수 4안타 1타점 4득점으로 공격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KS 1차전을 앞둔 박세혁은 "KS는 또 다르다"면서 "동기인 KIA 포수 김민식이 '긴장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완전 뻥"이라고 펄쩍 뛰었다. PO 출전에서 "바지에 변을 보는 줄 알았다"고 할 만큼 긴장한 박세혁이었다.


그런 박세혁은 씩씩하게 1차전을 치렀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정규리그 팀 타율과 득점 1위 KIA 타선을 3점으로 막아냈다. 니퍼트는 이날 6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경기 MVP에도 올랐다.

박세혁의 리드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활약. 경기 후 니퍼트는 "1차전에 앞서 박세혁과 투구 패턴에 대해 의논했다"면서 "그래서 최대한 주자를 내보내지 말자며 공격적으로 투구하자고 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경기 후 박세혁도 "긴장하긴 했는데 그래도 잘한 것 같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박세혁은 "니퍼트가 바깥쪽 공이 좋은데 한번씩 몸쪽 공을 보여준 게 KIA 타선에 혼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니퍼트 이후 함덕주(1이닝)-김강률(2이닝) 무실점도 이끌었다. 박세혁은 "8회 무사 1, 2루에서 (상대 안치홍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흐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KIA 타선이 아직 정상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느낌도 전했다. 박세혁은 "아무래도 3주를 쉬어서 그런지 KIA 타자들이 타이밍이 좀 밀리는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4회 1사 만루에서 헥터와 12구 승부가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비록 박세혁은 삼진을 당했지만 투구수가 늘어난 헥터는 이후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고, 5회는 김재환의 2점, 오재일의 1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박세혁은 "승부처라고 생각해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세혁은 무려 7개의 파울로 헥터의 힘을 뺐다. 이어 "삼진은 당했지만 그래도 투구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었다"고 웃었다. 박세혁의 생애 첫 KS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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