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해도 'FA 시장의 패자'로 남을 것인가

'내년 마지막 경기는 가을야구에서 할 수 있을까?' 삼성은 최근 2년 연속 9위에 머물며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은 올해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소외됐다. 2000년대까지 외부 FA를 공격적으로 실탄을 풀어가며 끌어모으던 기조가 변한 탓도 있다. 대신 소속 FA는 눌러앉히는 정책이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놓치기 일쑤였던 삼성이었다.

2015시즌 뒤부터 '삼성 왕조'의 공신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리그 정상급 3루수 박석민이 NC와 4년 최대 96억 원에 계약하며 사자 우리를 벗어났고, 지난 시즌 뒤에는 4번 타자 최형우와 좌완 에이스 차우찬이 각각 4년 100억, 95억 원에 KIA와 LG로 이적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사자 군단에 남았다. 장원삼이 2013시즌 뒤 4년 60억 원에 계약했고, 이듬해 윤성환이 4년 80억 원, 안지만이 4년 65억 원으로 당시 각각 투수와 불펜 투수 최고액을 찍었다. 집안 단속은 확실하게 한다는 말을 들은 삼성이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2015년 말 구단의 대주주가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탓이 적잖다. 자금 동원력에서는 으뜸이었던 삼성의 씀씀이가 이른바 메리트 등 각 부문에서 축소되면서 FA들을 붙들지 못했다. 특히 차우찬은 삼성이 100억 원 제안을 뿌리쳤다. 2015시즌 막판 투수 3인방의 해외 도박 파문이 겹쳐 팀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도 선수들이 떠난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결과 삼성은 올해까지 2년 연속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지만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제패를 이뤘던 삼성은 추락을 막지 못했다. 최형우, 차우찬을 놓친 삼성은 이원석, 우규민 등 준척급 FA들을 데려왔지만 기울어지는 가세에는 역부족이었다.


'낯선 삼성 왕조 주역들' 최형우(왼쪽)와 차우찬은 2010년대 삼성 왕조의 주역이었으나 올해 각각 KIA와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자료사진=KIA, LG)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도 삼성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형 FA들이 나왔지만 선뜻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않다. 손아섭, 민병헌에 해외파 김현수까지 삼성이 원하는 강타자 외야수들이 매물로 나선 FA 시장이다. 현재 구단이 육성에 주력하고 있지만 내년 하위권을 벗어나려면 전력 보강이 절실한 삼성이다.

일단 손아섭은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점이 변수다. 만약 해외 진출이 무산되더라도 손아섭은 원 소속팀 롯데가 최우선 순위 계약 대상자로 올려놓은 상태다. 두산 출신 김현수와 민병헌까지 3명 모두 친정팀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다.

이들을 붙들려면 삼성은 실탄 싸움에서 우위에 있어야 한다. 더욱이 또 다른 '큰 손' LG도 외야 보강을 노리는 상황이다. LG는 선수들이 선망하는 수도권 구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두산 장원준과 kt 황재균이 이런 점을 들어 팀을 옮겼다. 지방 구단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넉넉한 실탄과 절실한 구애뿐이다.

삼성은 '전설' 이승엽의 은퇴로 중심 타선에 공백이 생겼다. 마지막 시즌 이승엽은 타율 2할8푼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24홈런에 87타점을 올려줬다. '리틀 이승엽' 구자욱(21홈런, 107타점)이 확실한 3번으로 자리잡고, '타점왕' 다린 러프(31홈런, 124타점)가 4번에서 중심을 맡는다고 가정하면 5번 타순이 비어 있다.

손아섭과 김현수, 민병헌 모두 삼성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이다. 타순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중심 타선에서 제몫을 해줄 능력을 갖췄다. 손아섭과 민병헌은 테이블 세터로도 가능하다. 이들 중 1명을 영입하면 기존 구자욱에 도루왕 박해민까지 리그 수준급 외야진이 완성된다.

'삼성의 영입 후보군?' 손아섭(왼쪽부터)-김현수-민병헌-정의윤은 올해 이승엽이 은퇴한 삼성의 중심 타선을 보강해줄 자원으로 꼽힌다.(자료사진=롯데, 노컷뉴스DB, 두산, SK)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한 손아섭을 차치하면 김현수와 민병헌으로 좁혀진다. 김현수는 대구를 홈으로 쓴다면 30홈런 이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2015시즌 잠실이 안방인 두산에서 김현수는 28홈런 121타점을 올렸다. 민병헌도 20홈런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은 모두 서울 출신이다. KBO 리그에서는 두산에서만 뛰었다.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대구에 새 둥지를 틀기는 쉽지 않다. 민병헌은 2014시즌 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상황. 다만 김현수는 지난해 1월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진출했다. LG보다 삼성이 지리적으로 불리한 부분이다.

만약 이 둘까지 놓친다면 삼성의 대안으로 SK에서 FA로 풀린 정의윤이 있다. 정의윤도 괜찮은 카드다. 2016년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올렸다. 대구라면 30홈런도 넘길 공산이 크다. 외야진이 넘치는 SK 상황을 감안하면 영입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닐 터.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정의윤 카드는 살짝 아쉬울 수 있다. 물론 리그에서 귀한 우타 거포지만 엄밀히 따져 올해 FA 시장에서 대어급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전반기 부진하다 112경기 타율 3할2푼1리 15홈런 45타점을 올린 정의윤은 꾸준함을 보증하진 못했다. 대어를 놓치고 준척급 FA를 잡는다면 지난해와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잇따라 FA 시장에서 승자보다는 패자로 분류됐던 삼성. 여기에 창단 처음이자 2년 연속 9위로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과연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는 삼성이 대어를 낚아 상처입은 가슴을 치유하며 명가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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