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이만기-이봉걸 대혈투' 임수정 2전3기 설욕

'역시 여자 이만기' 임수정이 24일 '2017 천하장사씨름대축제' 여자부 국화장사에 오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나주=대한씨름협회)
역시 '여자 이만기'였다. 임수정(32 · 콜핑)이 올 시즌 민속대회 전관왕을 달성했다. 더불어 최근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상대에 화끈한 설욕전까지 펼쳐 기쁨이 더했다.

임수정은 24일 전남 나주스포츠파크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7 천하장사씨름대축제' 국화장사(70kg 이하) 결정전(3전2승제)에서 박원미(구례군청)를 2-0으로 완파했다. 올해 설날과 단오, 추석대회에 이어 천하장사 대회까지 국화급을 석권했다.


적수가 없었다. 임수정은 결승에서 박원미를 한 수 위의 힘과 기량으로 상대했다. 첫 판에서 임수정은 밀어치기로 기선을 제압했다.

박원미도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진 않았다. 둘째 판에서 박원미는 임수정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임수정은 상대를 누르기 위해 애를 썼지만 박원미가 끝까지 버티면서 30초 연장 시간도 다 흘렀다.

다만 박원미는 임수정을 상대로 공격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경고를 받았다. 임수정이 다소 싱겁게 경고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임수정이 24일 '2017 천하장사씨름대축제' 국화장사 경기에서 상대를 시원하게 들어넘기고 있다.(나주=대한씨름협회)
결승에서 임수정이 특유의 시원한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국화장사 4강전에 앞서 열린 여자천하장사 예선에서 강적을 만나 적잖게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두 달 전 '구례여자장사대회 비룡부(1부) 통합장사 결정전에서 패배를 안겼던 정지원(35 · 거제시청)이었다. 당시 임수정은 정지원의 우세한 신장과 체중에 밀렸다. 국가대표 유도 선수 출신의 정지원은 임수정보다 한 체급 위인 무궁화급(80kg 이하)에 신장도 180cm가 넘는다. 때문에 '여자 이봉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지원은 임수정을 잇따라 밀어치기로 누르며 2-0으로 승리했다. 씨름 입문 6개월의 정지원에게 우승을 뺏긴 임수정으로서는 최강의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이달 초 여자대장사 8강전에서도 임수정은 0-2 패배를 안앗다.

하지만 3주 만의 재대결에서 임수정은 화끈하게 설욕했다. 이날 정지원과 여자천하장사 예선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사실상의 결승이나 다름없는 경기에 불리한 상황을 딛고 일궈낸 승리라 더 값졌다.

'여자 이봉걸 vs 이만기' 이달 초 여자대장사 8강전에서 임수정(오른쪽)이 정지원과 열전을 펼치는 모습.(사진=대한씨름협회)
첫 판에서 임수정은 연장에서 정지원의 더잡기에 몰렸다. 상대가 먼저 샅바를 잡아 유리한 상황. 그러나 임수정은 상대 밀어치기를 배지기로 응수해 기선을 제압했다. 정지원의 반격도 거셌다. 둘째 판에서 정지원은 코피를 흘리면서도 임수정을 누이며 한 판을 만회했다.

그러나 임수정의 승리 의지가 더 강했다. 임수정은 셋째 판도 연장 더잡기에 몰렸다. 경고까지 받은 터라 30초가 지나면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 종료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 임수정은 버티기로 들어간 정지원을 좌우로 상대를 흔든 뒤 잡채기로 승리를 따냈다. 남은 시간은 단 1초였다.

임수정은 "사실 2번이나 정지원에 지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했고, 힘들게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방심은 없다. 임수정은 국화장사 결정전 뒤 이어진 예선에서도 연승하며 8강에 진출했다. 임수정은 "아직 8강에 오른 것뿐"이라면서 "내일 8강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빈틈을 경계했다. 정지원은 올해 씨름에 입문한 초보로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왕년 이만기-이봉걸의 라이벌 대결처럼 여자 씨름계의 숙적으로 임수정과 겨룰 수 있다.

일단 임수정은 이날 국화급 우승으로 통산 59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5일 2년 연속 여자천하장사에 올라 60번째 타이틀이자 15번째 통합장사 왕좌를 거머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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