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IOC의 징계에 대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절대 권력의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라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허용된 것이다.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동쪽으로 약 400km 거리의 중부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의 GAZ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IOC는 러시아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정지시킨다"면서 "(도핑을 통과해) 결백한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에 올림픽기를 달고 출전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공식적으로 막은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평창올림픽 출전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자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국기를 달지 못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IOC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IOC의 결정에 대해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조작되고 정치적 동기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면서도 "올림픽 회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나 다시 한번 말하건대 러시아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려는 선수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증거와 관련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각 기관에 우승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조건부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IOC는 도핑을 통과한 선수들은 러시아 국적이 아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의 일원으로 평창에 올 수 있다. 오륜기를 단 유니폼을 입어야 하고,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선수들의 희비도 갈리게 됐다.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훈련 중인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은 당초 IOC의 결정에 대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평창은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면서 "개인 자격으로라도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러시아가 보이콧할 경우는 잘 모르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허락 발언이 나온 만큼 빅토르 안이 옛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문제없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만큼 전향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드베데바는 현지에서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질문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라도 평창올림픽에 나선다면 대회 흥행에 큰 차질은 없어진다. 러시아는 아이스하키와 피겨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위였다.
IOC도 만약 러시아가 징계를 받아들일 경우에 한해 러시아 국기 게양을 일부 허용할 뜻을 밝혔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6일 "러시아가 어제 IOC의 결정을 준수한다면 국기와 유니폼을 폐막식 때는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IOC와 러시아가 화해 무드를 보이면서 평창올림픽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