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종마' 라틀리프도 결국 사람이었다

'나도 사람이구나'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6일 동안 4경기 일정의 시작인 지난달 30일 전자랜드와 홈 경기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자료사진=KBL)
'강철 인간' 리카르도 라틀리프(28 · 199cm)도 결국 쓰러졌다. 터질 것 같은 말근육으로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코트를 뛰어다녔던 라틀리프가 부상으로 한동안 쉬게 됐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8일 "라틀리프가 서혜부 치골염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타구니 부근에 통증이 생긴 라틀리프는 8일 열리는 부산 kt와 원정부터 9~10경기 동안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삼성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라틀리프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득점(24.6점) 2위, 리바운드(15개) 1위를 달리는 팀의 기둥이다. KBL이 집계하는 공헌도에서 880.09점으로 서울 SK 애런 헤인즈(853.79)에 앞선 단연 1위다. 그런 라틀리프가 빠진 삼성은 골밑이 허전할 수밖에 없다.

라틀리프는 더블더블의 보증수표다. 최근 54경기 연속 득점-리바운드에서 두 자릿수를 찍으며 미국 프로농구(NBA) 기록까지 넘어선 라틀리프다. 그런 건실한 라틀리프도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센터이면서도 가장 먼저 속공에 참여할 만큼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질리게 하는 라틀리프이기에 체력 소모도 컸다.


올 시즌 라틀리프는 19경기 평균 37분14초를 뛰었다. 단연 리그 1위다. 35분21초의 제임스 켈리(창원 LG)보다 2분 정도 길다. 지난 시즌도 라틀리프는 평균 35분56초로 전체 1위였다. 외인이 사실상 1명만 뛴 2015-2016시즌에도 라틀리프는 34분43초를 뛰어 전체 4위, 외인 중 1위였다. 2012-2013시즌부터 KBL에서 뛴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에서 딱 1경기만 빠졌다.

라틀리프는 빼어난 기량과 묵직한 골밑 존재감으로 상대 견제가 집중된다. 사진은 지난 2일 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데이비드 사이먼과 공을 경합하는 모습.(자료사진=KBL)
특히 삼성은 올 시즌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 김준일(202cm)이 군 입대하면서 헐거워진 골밑을 거의 홀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문태영, 김동욱(이상 194cm) 등 크지 않은 노장들이 200cm급 상대 빅맨들을 막아야 하는 현실이다. 10승9패, 5위로 6강 싸움을 벌이는 삼성으로서도 라틀리프를 어쩔 수 없이 중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인도 워낙 경기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라틀리프는 비시즌 휴식 없이 필리핀 리그에서 뛰었다. 물론 주말에만 경기해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다지만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잔부상을 치료해야 하는 게 비시즌이다. 라틀리프는 지난해 비시즌도 필리핀 리그를 소화했다.

삼성 관계자는 "국가대표 A매치 휴식기에 10일 이상 잘 쉬었는데 이후 6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갑자기 소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라틀리프 부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통증을 호소해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어지간해서는 아픈 것을 내색하지 않는 라플리프라도 이번에는 달랐던 모양이다.

일단 삼성은 라틀리프의 일시 교체 선수를 물색 중이다. 그러나 라틀리프를 대체할 선수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연말 원정 10연전을 치러야 하는 삼성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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