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느님, 린동원?' 결국 로열티보다 돈이 먼저다

구단-선수, 프로의 냉정한 세계

'이제 새로운 팀으로?' 두산에서만 7년을 뛰며 '니느님'으로 칭송 받은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린동원'으로 불리며 부산 팬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조시 린드블럼은 내년 다른 팀에서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자료사진=두산, 롯데)
최근 몇 년 동안 특정 구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외국인 선수들이 해당 팀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두산의 '니느님'으로 신성시됐던 더스틴 니퍼트(36)와 롯데의 '린동원'으로 불린 조시 린드블럼(30)이다.

니퍼트는 두산에서만 7년을 뛴 장수 외인이다. 한화에서 뛰었던 타자 제이 데이비스(1999~2002년, 2004~2006년)와 함께 역대 KBO 리그 최장수 외인이다. 내년에도 한국 무대에 남는다면 전무했던 KBO 8년차 외인이 된다.

다만 정든 '곰 군단'에서는 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두산과 재계약이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 모양새다. 두산이 니퍼트의 높은 몸값과 하락세에 접어든 구위 때문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고, 니퍼트 역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어하고 있다.

이미 둘의 관계는 지난달 26일 KBO에 제출한 보류 선수 명단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두산이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한 것. 보류 선수는 구단의 내년 재계약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반대로 명단 제외는 방출을 의미한다. 다만 두산은 "선수와 합의 하에 명단에서 제외했고, 계약은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두산 니퍼트가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그렇다고 해도 보류권 포기는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두산이 니퍼트를 대체 불가 자원으로 분류했다면 명단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올해 니퍼트는 살짝 불안했고, 특히 가을야구에서 예년만 못한 구위로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보류권 포기는 여차하면 다른 선수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몸값에도 있다. 두산이 니퍼트를 보류 선수 명단에 넣을 경우, 즉 재계약 의사를 밝힐 경우 KBO 리그 규약에 따라 내년 올해 연봉의 75%를 보장해야 한다. 니퍼트는 올해 210만 달러(약 22억 원) 역대 외인 최고 몸값을 받았다. 두산이 니퍼트에 대한 보류권을 유지한다면 157만5000 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 그러나 두산은 그 금액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니퍼트는 그 이상을 원한 것이다.

니퍼트는 지난해 22승3패 평균자책점(ERA) 2.95로 승률까지 3관왕과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올해는 14승8패 ERA 4.06으로 기록이 떨어졌다. 특히 후반기 ERA 4.99로 불안감을 키웠고, KIA와 KS에서는 7.94, NC와 플레이오프(PO)에서는 8.44로 난타를 당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KS에서 언터처블이었던 모습이 사라졌다.

물론 니퍼트가 두산에서는 7년을 뛰며 94승 1홀드를 올려준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니퍼트도 두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합리적 수준을 넘는 씀씀이는 피해야 하는 두산이다. 올해 역대 최고 외인 연봉으로 니퍼트를 예우했던 두산도 결국 효용성을 냉정히 따져야 했다. 결국 니퍼트도 두산에 대한 로열티도 중요했지만 자신에 대한 보다 높은 몸값을 원했다. 구단이나 선수나 프로로서 당연한 행보였다.

▲"보류권 풀라" 린드블럼, 롯데에 먼저 요구

린드블럼도 마찬가지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 입단 첫 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일약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해 32경기 13승11패 ERA 3.56, 특히 210이닝을 던지며 철완을 과시해 구단의 전설인 고(故) 최동원을 빗대 '린동원'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도 ERA는 5.28로 높아졌지만 10승13패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롯데는 재계약 의사를 보였고, 린드블럼도 롯데와 부산 팬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다만 린드블럼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를 위해 미국에 남아야 했고, 진정성이 담긴 고별사를 롯데 팬들에게 남겼다.

그랬던 린드블럼은 올해 후반기 롯데의 구세주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 닉 애디튼의 대체 선수로 뛰면서 5승2패 ERA 3.72의 빼어난 성적으로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NC와 준PO에서도 2경기 1승 ERA 1.93의 성적을 냈다.

'린동원이 고 최동원의 스승에게' 롯데 조시 린드블럼이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강병철 전 롯데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롯데)
하지만 롯데도 린드블럼에 대한 보류권을 포기했다. 롯데는 린드블럼에 대한 재계약 의사가 분명했지만 선수와 몸값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린드블럼은 구단에 보류권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구단과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올해 사정이 급해 린드블럼을 반드시 데려와야 했던 롯데로서는 계약 당시 이런 조건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와 부산 팬들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던 린드블럼도 돈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의 행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프로=돈'이라는 표현을 굳이 들지 않아도 다년 계약이 보장되지 않는 외인들은 더 높은 액수를 부르는 팀으로 가기 마련이다. 외인 선수들은 항상 소속팀에 대한 만족감과 높은 충성도를 드러낸다. 그러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있으면 미련없이 떠난다. 일본 한신행이 결정된 한화 윌린 로사리오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린드블럼의 다음 행선지는 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니퍼트보다는 싼 값에, 린드블럼은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는 비싼 값에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린드블럼은 이제 '린동원' 대신 '린느님' 혹은 '린철순'이라는 새 별명을 얻을지도 모른다. 결국 로열티보다는 돈이 먼저다. 그게 프로의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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