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평양에 '봄이 왔다'…남북 하나된 감동의 130분

평양 첫 공연, 남측 11팀 열창, 관객 기립박수…김정은 부부 관람

평양에서 열린 우리측 예술단 첫 공연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조용필부터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고, '봄이 온다'는 부제에 맞게 한반도의 평화를 기리며 감동을 더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가 예상을 깨고 직접 공연장을 찾아 관람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직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윤상 예술감독이 이끄는 남측 예술단 공연은 1일 오후 6시 2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2시간 10분가량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됐다. 당초 5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더 많은 주민의 관람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북측 요청으로 공연 시간이 연기됐다. 총 1500석 규모의 대극장은 순식간에 관람객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공연을 관람한 것은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김 위원장 부부는 마지막날인 3일 남북 합동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날 단독 공연을 관람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래 김 위원장이 3일 열릴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으나 다른 일정이 생겨 이날 공연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1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1차 공연 직전 김정은 위원장이 도종환 장관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오후 6시 40분쯤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2층 관람석에서 공연을 봤고 중간에 크게 박수를 치고 노래에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또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연은 춤과 홀로그램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무용가들이 안무를 할 때마다 스크린에 꽃이 피어오르고 공연의 부제인 '봄이 온다'는 문구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첫 주자는 가수 정인과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협연이었다. 정인은 <오르막길>을 불렀다. 두 사람은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하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가수 알리가 등장해 자신의 노래 <펑펑>을 불렀고 알리와 정인이 함께 '동그라미 그리다가 무심코 그린 얼굴~'이라는 가사로 알려진 <얼굴>을 불렀다.

두 여가수의 무대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서현이 무대에 등장했다. 서현은 "두 분이 함께 부른 노래 얼굴처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깊이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 지 몰랐다.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과의 깜짝 합동 공연을 한 뒤 불과 두 달만에 평양을 찾은 것에 감격한 것이다. 서현은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 북측 예술단에게 받은 감동,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다음 무대를 열었다.

서현의 소개로 등장한 가수는 백지영이었다. 그의 <총 맞은 것처럼>은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래로 알려졌다. 노래를 열창한 백지영은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고 감사를 전하며 두번째 곡으로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가 애절하게 울려퍼진 뒤 중간에 영상이 방영됐다. 그간 남북이 교류했던 영상과 이산가족 상봉,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이 스크린에 뜨고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집니다'는 문구가 나왔다.

이어 강산에가 등장했다. 부모가 모두 북한 출신으로, 실향민의 그리움을 노래한 <라구요>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고향 생각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강산에는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연달아 불렀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2002년 공연에서 스스로를 '놀새떼'(날라리)라고 소개했다는 가수 YB(윤도현밴드)가 바톤을 이어받으며 흥을 돋궜다.

YB는 첫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 이어 자신들의 히트곡 <나는 나비>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마지막 곡으로 YB는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1178'을 부르며 평화를 기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시점에서 예술단의 막내 레드벨벳이 히트곡 <빨간맛>, <배드보이>를 선보였다. 개사나 안무 수정 없이 원곡 그대로 춤을 추며 노래했다. 빠른 템포와 아이돌 그룹의 발랄하고 현란한 춤사위가 무대에 펼쳐졌다.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북한을 네 번째 방문하는 최진희가 등장했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열창했다.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명한 곡이다.

이선희는 를 열창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여성 이중창으로 편곡해 열창했던 이 노래를 직접 답가로 부른 것이다. 이어 <알고싶어요>, <아름다운 강산> 등 히트곡을 불렀다.

이어 가왕 조용필과 밴드 위대한 탄생이 등장했다. 13년 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주역들이었다. 첫 곡 <그 겨울의 찻집>을 시작으로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였다.

공연이 막바지에 달할 무렵 서현이 북측 최고 가수인 김광숙의 대표곡 <버드나무>를 불렀다.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리허설에서 조용필 등이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은 11팀의 합창으로 꾸며졌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조용필의 <친구여>를 함께 불렀고,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열창하며 감격스러운 평양에서의 첫 무대를 마쳤다.

일부 가수들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북측 관객들도 막이 내린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성황리에 단독 공연을 펼친 예술단은 이틀 뒤인 3일 저녁 류경정주영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북측 삼지연관현악단과 합동 무대를 진행한다. 방북공연단은 마지막 공연이 끝난 3일 밤 늦게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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