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정의용·서훈 재방북 가능성 공개한 이유는?

전문가 "'선대의 유훈' 이상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 이끌어 낼 필요성"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평양 방문도 열려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17일 갑자기 서훈 원장과 정의용 실장이 다시 방북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5일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국정원 차원의 소통이 항상 원활히 열려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서 원장과 정 실장의 평양 방문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 준비가 원만히 되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들이 아직 실무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문점 회담 형식이 효율적이지 못하면 열려 있다는 뜻"이라며 "사전에 합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거나 실무 논의가 난항에 처하면 언제든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방북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필요할 경우 방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 실장의 설명처럼 방북이 결정된 상황이 아닌데도 외교안보라인 핵심 투 톱의 재방북 가능성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자칫 준비과정에 어떤 변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때문에 서 원장과 정 실장의 재방북 가능성이 언급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불협화음 가능성이다. 임 실장이 부연 설명에서 "중요한 문제들이 실무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 실무 논의가 난항에 처하면 언제든 평양 방문이 열려있다는 뜻"이라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간 실무 협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다만 임종석 실장은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나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 등은 실무회담에서는 결론을 내기 어렵고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는데,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둘러싼 사전 협의가 꼬일 경우 평양을 방문해 문제를 풀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일 수 있다.

이와함께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합의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인지, 그 수위를 놓고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방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요한 문제를 놓고 판문점 회담 형식이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사전에 합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경우"라고 임 실장은 전제했는데, '중요한 문제'와 '합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비핵화다.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놓고 탑다운(top-down) 방식의 빅 딜이 이뤄지도록 견인하는 '길잡이' 역할도 해야 한다.

임종석 실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간 합의 내용과 뗄 수 없어서 북미가 다룰 의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비핵화 부분은 특사단이 방북 과정에서 확인했더라도 정상 간 직접 확인하고 명문화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며, 비핵화 의지 확인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대의 유훈' 이상의 좀 더 강력한 의지를 이끌어 낼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수준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이를 반복하는 것 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조금 더 구체화된 비핵화 의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을 전략적인 포인트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비핵화 의사가 있는 것 뿐 아니라 시한을 명시하지는 않더라도 체제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빠른 시일 안에, 압축적으로 핵을 폐기할 의지가 있다'는 정도는 못박아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순항을 견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의용 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이 방북해 김 위원장의 확답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또 한편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 미국의 외교안보라인이 초강경파들로 재편되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생겼고, 이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우리 정부를 통해 직접 확인하려는 미국의 주문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협력원 황재옥 부원장은 "볼턴 등이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게 되면서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한 명시 등 이전보다 더 디테일하고 세밀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북한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역할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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