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포스코-KT 수장교체, 숨겨진 '청구서'

사실로 밝혀진 교체설, "기간산업 흔들리면 국민만 골병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18일 결국 전격 사의를 밝혔다.

이 과정에 외압은 없었다는게 포스코측 설명이지만 포스코 수장들의 반복된 흑역사는 결국 외압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수 없게 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의 사퇴선언을 '결국'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정부 출범 이후 권 회장이 계속되는 교체설에 시달려 오다가 이날 결행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 6월 첫 방미때 경제사절단에 포스코 수장이 배제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권 회장도 정권교체기를 겪은 전임 포스코 수장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곤 했다.

권 회장은 그 다음달 청와대 호프미팅에는 초청받았지만 그해 11월 인도네시아 방문과 12월 중국방문때 경제사절단에서도 역시 빠졌다.

그동안 포스코와 한전, 코트라 등 해외사업이 많은 기업들은 대통령의 순방때 필수요원처럼 따라가 왔기 때문에 권오준 회장의 순방기업인 명단누락은 '단순누락'이라기 보다는 ‘배제’로 해석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권 회장이 끊임없이 시달려온 ‘교체설’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실자원외교 논란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권 회장 교체설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도 권 회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내는 등 경영성과를 올렸고 지난달 31일에는 창립 5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루면서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날 권 회장의 사퇴선언은 포스코 내외부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외압설이 흘러나왔지만 포스코에서는 외압은 없었다며 일축하고 최근 건강검진에서 쉬는 것이 좋다는 의료진 조언이 있었다고 애써 해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계를 중심으로는 권 회장 지인에 대한 검찰수사 등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외압이 없었다는 해명을 좀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제 20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은 KT 황창규 회장의 거취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KT임직원들의 불법정치자금 지원에 황 회장이 얼마나 관련돼 있느냐가 핵심인데 황 회장은 몰랐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CEO로서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퇴진사유까지는 아닌 것으로 KT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KT 내부에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려보내면서 여러가지 일정들을 소화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설에 시달려온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전격 사퇴선언이 이날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권 회장이나 황 회장에 대한 청와대나 정치권의 압력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지 않게 보이는데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포스코나 KT나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간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포스코는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 사태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KT는 4차 산업혁명과 5G, 즉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 등 무거운 과제들이 여러 가지로 산적해 있는 상태이다.

과거 정권교체기에 반복돼온 포스코와 KT의 수장교체 흑역사가 이번 정권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경우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적폐를 딛고 출범한 현 정부에서도 과거 정부 교체기에 벌어졌던것과 똑같은 형태의 일이 벌어진다면 이 역시 적폐였다는 평가를 후세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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