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사과, 베트남에 선물로 가져가고파" 학살 피해자 눈물

진상조사와 사과요구…21~22일 시민평화법정 참석차 방한

베트남전 퐁니퐁넛 사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등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학살을 당했던 마을의 생존자들이 19일 우리 국회를 찾아 피해사례를 증언하고 한국정부에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했다.

퐁니·퐁넛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 탄(58)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선물을 갖고 돌아가 여기 오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어렵게 왔는데 우리 마을에서 한국군에 죽은 74명이 내 등을 떠밀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이번엔 꼭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학살 피해를 증언하는 하미마을 응우옌 티 탄(왼쪽)씨, 퐁니·퐁넛마을 응우옌 티 탄(가운데)씨와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오른쪽) (사진=김광일 기자)
하미학살 피해자인 동명이인의 응우옌 티 탄씨는 "반세기가 지난 과거사지만 엄마와 동생이 죽어가며 지르던 비명과 신음은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며 "한국에는 진실을 찾으러 왔다. 목적을 이루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베트남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공식사죄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군 부대를 조사한 문건을 공개하라는 지난해 시민사회의 요구에 비공개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시민평화법정) 발족 기자회견'에서 준비위원들이 정부의 진상규명과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한형기자
생존자들은 오는 21~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릴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해 피해사례를 증언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시민법정은 김영란 전 대법관, 이석태 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양현아 서울대 교수 등이 재판부를 맡고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심리를 벌인다.

한편 탄씨가 사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는 지난 1968년 2월 12일 주민 7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월 미군사령부와 베트남 당국 등은 이날 마을을 지났던 해병대 청룡부대가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마당에서 놀던 6명의 아이는 요란한 총성을 듣고 깊이 1m, 폭 4m의 작은 동굴에 숨었지만 곧바로 발각돼 온몸으로 총탄을 받아내야 했다. 당시 8세이던 탄씨는 배 밖으로 튀어나온 창자를 부여잡고 도망쳐 미군에 구조됐다.

청룡부대는 열흘 뒤인 같은 해 2월 22일 꽝남성 하미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군이 마을을 떠나면서 주민 135명의 시신은 참혹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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