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신화' 폴 앨런 별세…구글·애플·아마존도 애도물결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 굴지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공동 창업해 윈도(Window) 신화를 창조했던 폴 앨런이 암투병 끝에 15일(현지시간) 향년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CN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의 회사 벌컨(Vulcan)은 이날 앨런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사인은 혈액암의 일종인 비(非)호지킨 림프종으로 인한 합병증이었다. 최근 림프종 재발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불과 10여일 만이다.

앨런의 누이 조디는 "그는 모든 점에서 존경받을만한 인물이었다"며 "우리에겐 더 없이 사랑받는 형제이자 특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와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앨런은 초기 IBM과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 하청업체로 출발했다. 1981년 IBM이 개인용으로 개발한 'IBM PC 5150'이 큰 인기를 끌자 IBM이 라이선스 호환 PC 공식 운영체제(OS)로 MS 윈도를 선정하면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앨런과 게이츠는 시애틀 출신으로 학창시절부터 알고지냈다. 게이츠가 동부 명문 하버드대학, 앨런이 서부 명문 워싱턴대학으로 가면서 잠시 헤어졌지만 대학 중퇴 후 의기투합해 창업에 뜻을 모았다. 이미 앨런이 마이크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앞 글자를 딴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상태에서 게이츠가 합류했다.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 사업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관통하며 당시 컴퓨터 제조산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큰 축으로 부상했다. 고향 시애틀로 돌아온 앨런과 게이츠는 마이크로 소프트 본사를 차리고 당시 최대 컴퓨터 제조사였던 IBM과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 하청을 담당했다.

앨런과 게이츠는 IBM으로부터 PC 운영체제 주문을 받은 뒤 시애틀 컴퓨터 소속으로 Q도스(Quick and Dirty Operating System)를 개발했던 팀 패터슨과 계약해 1981년 MS-도스를 IBM에 납품하면서 업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패터슨과 함께 MS-도스를 5만달러에 사들인 MS는 PC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세계 최대 PC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난다.

1983년 MS 윈도가 탄생했고, 애플과 리눅스가 주춤한 사이 MS는 1991년 전 세계 PC 운영체제 점유율은 93%를 차지한다.

1983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연구개발·신제품 책임자로 일한 앨런은 처음 암을 발견하면서 회사를 떠나 1986년 누이 조디와 함께 투자회사 벌컨을 창업했다. MS의 운영권을 게이츠에게 일임한 앨런은 기술, 미디어, 과학탐구,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벌여나갔다. 고향인 시애틀의 문화 시설과 도시 인프라 활성화에도 투자했다.

포브스의 2018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44위를 기록한 앨런은 200억달러가 넘는 순자산을 보유한 초재벌로 프로미식축구팀인 NFL 시애틀 시호크와 프로농구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의 구단주였다.

일렉트릭 기타 광이었던 그는 보노(Bono), 믹 재거(Mick Jagger)와 같은 뮤지션과 공연에 나서기도 했으며, 록 뮤직의 대부인 지미 헨드릭스 헌정 기념관인 '팝 문화 박물관' 설립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뇌과학 연구를 위한 앨런연구소를 만들었고 인공지능(AI)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평생 교육과 야생보호, 환경보존, 예술진흥을 위해 20억 달러 넘는 재원을 지원할 정도로 사회 공헌에도 힘썼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였던 빌 게이츠는 "개인 컴퓨터(PC)는 그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술과 인류 박애주의에 대한 그의 공헌은 앞으로 수 세대 동안 계속 될 것이고, 나는 그를 무척 그리워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MS 사티아 나델라 CEO는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기술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공헌을 했다. 나또한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그는 마법같은 제품과 경험, 기능으로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전했다.

스티브 발머 전 MS CEO도 "앨런은 정말 훌륭하고 밝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구글 순다 피차이 CEO는 "오늘날 최고의 기술 개척자를 잃었다"고 전했고, 애플 팀 쿡 CEO는 "기술 산업계의 선구자이자 세계는 선한 힘(force for good)을 잃었다"고 애도 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발명과 추진에 대한 그의 열정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며 "그는 끝내 잔인했다. 폴 앨런의 비보를 듣고 너무 슬프다"고 애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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