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은 훔쳤지만 영향은 없었다" 휴스턴의 황당한 사과

사인 훔치기 공식 사과하는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와 선수 브레그먼, 알투베 (사진=연합뉴스)

"사인 훔치기는 야구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휴스턴은 좋은 팀이다. 그래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짐 크레인 구단주가 남긴 말이다.

크레인 구단주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 비치의 휴스턴 스프링캠프장에서 최근 논란이 컸던 사인 훔치기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그럼 대체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가?"라는 미국 현지 미디어의 질문이 나오자 크레인 구단주는 "우리가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사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휴스턴이 조직적인 방법을 동원해 상대 투수가 던지는 구종을 미리 파악하는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크레인 구단주는 타자가 상대 투수가 던질 공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타격 성적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룰을 어긴 부분에 대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크레인 구단주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간판 선수 호세 알투베는 "우리는 2017년에 발생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 야구 팬과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과 무관한 더스티 베이커 신임 감독은 "사람들이 휴스턴을 용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월 중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휴스턴이 2017시즌 전자 장비를 이용해 상대팀 투수와 벤치의 사인을 훔친 것을 확인하고 구단에 징계를 내렸다.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게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휴스턴의 향후 2년간 신인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 박탈, 사무국이 구단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 벌금 500만 달러 부과 등 강도높은 징계안을 발표했다.

크레인 구단주는 리그 사무국의 징계와 별도로 움직였다.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을 해고했다. 둘은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인물이 아니라고 알려졌지만 이를 방관한 책임을 물었다.

후폭풍이 거셌다.

휴스턴 시절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던 알렉스 코라 당시 코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직에서 해고됐다.

또 선수단의 대표격으로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던 카를로스 벨트란은 뉴욕 메츠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가 해고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사인 훔치기를 시도했던 선수단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메이저리그 다수의 구단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사무국에 불만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최근 내부 고발이 이뤄지면서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총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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