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직 수행 어려운 환경" 여자농구 이문규 재신임 없다

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사진 왼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선수 혹사 논란에 휩싸였던 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결국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협회 사무실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문규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추일승 위원장은 선수단 내 감독과 선수의 불화, 선수 혹사 비판 등 이문규 감독을 둘러싼 논란을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추일승 위원장은 먼저 "위원회 소속 위원들 가운데 여자프로농구 소속팀 감독도 있고 저 역시 몇몇 선수와 인터뷰를 한 결과 불화와 관련해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단기전이었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부분에 있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라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과정보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이문규 감독의 소통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추일승 위원장은 "이문규 감독이 지금껏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최근 현대스포츠에 필요한 여러가지 수평적인 관계에 있어 소통이 미흡했다는 데에 서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앞서 이문규 감독이 직접 참석해 여러 논란에 대해 소명하며 감독직 연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일승 위원장은 "선수단과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고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점에 대해 서운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문규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 있는데 지금은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시작으로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끌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일승 위원장은 "공개 공모를 원칙으로 하겠다. 지금은 올림픽만을 위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과 시즌 기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여자프로농구 현직 감독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계약 연장에 실패한 이문규 감독 역시 차기 감독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감독 선임은 지도자 경력 평가 점수와 경기력향상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B조에서 1승2패를 기록, 올림픽 출전 마지노선인 조 3위를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이문규 감독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영국전에서 주전 5명 중 3명이 4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나머지 2명도 각각 37분, 36분 이상 뛰었다. 이문규 감독의 선수 기용을 두고 특별한 전술과 계획없이 그저 선수를 혹사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전은 올림픽 출전의 분수령이었다. 대표팀이 82대79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면서 올림픽 진출권 확보가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전략적 선택이 성공했다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구시대적인 선수 운영이라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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