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반전 드라마, 뒷심 강한 타선에 달라진 수비까지

롯데 개막 5연승, 2227일 만에 KBO 리그 단독 선두 등극
유격수 마차도는 3홈런 8타점…샘슨 빠진 마운드도 건재
자율성과 '수비 먼저' 강조…12일부터 두산과 홈 3연전

지난 7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7회 역전 홈런을 때린 롯데 손아섭 (사진=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 감독은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에 대해 "수비력만큼은 메이저리급 선수"라고 말한다.

영입 당시 마차도의 공격력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마차도는 개막 첫 주 KBO 리그에서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준 내야수 중 한명이었다. 타율 0.389를 기록했고 3홈런, 8타점을 쓸어담았다.

외국인투수 애드리안 샘슨은 개막 주간에 한국을 떠나있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고 구단은 샘슨의 뜻을 존중했다.

롯데는 선발의 한 축이 빠진 가운데 개막 첫 주를 맞이했다. 그러나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3.13)은 리그 1위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을 의미하는 WHIP은 1.02로 압도적인 리그 선두다.

반전의 연속이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기대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롯데는 KT 위즈를 상대한 개막 3연전을 쓸어담았고 기세를 몰아 안방에서 SK 와이번스에 2연승을 거뒀다.

롯데는 파죽의 개막 5연승을 달렸다. 롯데가 시즌 첫 5경기를 모두 승리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팀 개막전 최다 연승 기록에 1승 차로 접근했다.

또 롯데가 단독 선두 자리에 오른 것은 2014년 4월5일 이후 무려 2227일 만에 처음이다.

개막 첫 주 롯데 타선은 마치 활화산 같았다. 민병헌과 전준우로 구성된 테이블세터진은 부지런히 출루했고 손아섭이 중심타선의 선봉 역할을 충실히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하위타순의 생산력이다. 정훈과 마차도, 한동희로 이어지는 6-7-8번 타자들이 시즌 첫 5경기에서 14타점을 합작했다.

짜임새가 달라진 롯데 타선은 개막 첫 주 수차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탄탄한 힘을 과시했다. 7회 이후 승부를 뒤집거나 결승점을 뽑아낸 경기가 무려 4경기였다.

마운드에서는 2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한 댄 스트레일리가 돋보였다. 12⅔이닝동안 탈삼진 15개를 잡아내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샘슨의 공백을 메운 '2선발' 서준원 역시 KT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롯데 마운드는 총 4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을 11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10개 구단 중 최소 기록이다. 투수가 볼넷 남발로 무너지는 상황이 없었다. 수비를 믿고 과감하게 던졌다.

실책 2개가 나왔지만 롯데 수비는 1년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포수 정보근이 수비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고 마차도가 버티는 내야 수비 역시 안정적이다.

1년 전 실책과 폭투로 무너진 날이 많았던 롯데로서는 올해 수비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허문회 감독도 강조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 6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3점차로 앞선 8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정보근 타석 때 대타를 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강한 선수를 대타로 내세워 쐐기 득점을 노릴만 했지만 덕아웃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문회 감독은 "지고 있었다면 대타를 고민했을텐데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수비를 먼저 생각했다. 작년에 수비 때문에 역전당한 경우가 많아서 수비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롯데의 올시즌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정보근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중요한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을 믿어준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허문회 감독은 팀 타선에 대해 "원래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말한다. 소통과 자율성을 통해 그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시즌 초반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 서준원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의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다. 12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벌인다.

달라진 롯데에게 시즌 초반 찾아온 중요한 시험대다. 두산은 개막전 선발이었던 라울 알칸타라를 비롯해 이영하, 크리스 플렉센 등 1~3선발이 모두 출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난 10일 SK전에서 스트레일리 카드를 소진한 롯데는 서준원과 박세웅을 필두로 '토종' 선발진을 앞세워 두산에 맞선다. 선발 싸움에서는 두산이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로서는 불펜 운영과 수비 그리고 타선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롯데의 기세가 두산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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