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보다 '블론'이 더 많다…역전극 늘고 불펜은 울고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사진 왼쪽)이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린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시즌 KBO 리그 초반은 그야말로 불펜 수난시대다.

지금까지 진행된 정규리그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책임진 세이브는 총 13개 나왔다. 그런데 불펜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한 블론세이브는 그보다 많은 16개나 기록됐다.

작년 시즌 기록된 세이브는 총 349개, 블론세이브는 총 136개였다.

특히 13일 경기에서 수많은 마무리 투수들이 체면을 구겼다.

롯데 자이언츠의 김원중이 부산 사직 홈경기 9회초 9대8 상황에서 오재일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승리는 롯데의 몫이었다. 민병헌이 두산 마무리 이형범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때려 10대9 승리를 완성했다.

창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KT 위즈의 유한준은 팀이 2대3으로 뒤진 9회초 NC 다이노스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쳤다. KT는 기세를 몰아 10회초 1점을 뽑고 앞서 나갔지만 마무리 이대은이 10회말 2점을 준 바람에 고개를 숙였다.

양의지가 10회말 동점 희생플라이를 쳤고 강진성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 NC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NC는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지난 12일 경기에서도 이대은이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나성범이 9회말 2사에서 이대은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때렸고 박석민이 연장 10회말 류희운과 맞서 끝내기 솔로포를 쳤다.

이대은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막판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KT가 12대13으로 진 경기의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이대은은 올시즌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많은 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가장 안정된 마무리를 보유한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다. 조상우가 4경기 등판해 4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 1위다. 1실점이 있지만 비자책이라 평균자책점은 '제로'다.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조상우(사진 오른쪽)가 6일 광주에서 열린 KBO 리그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팀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박동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가 6승2패로 공동 1위 롯데와 NC(이상 6승1패)에 이어 3위를 달리는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불펜의 힘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2.93으로 삼성 라이온즈(2.08)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NC와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각각 4.78과 5.20으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리그 평균인 5.61보다는 낫다. 게다가 두 팀은 경기 막판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타선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란히 1승6패로 공동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KT와 SK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각각 8.46, 7.89로 하위권에 속한다. 선발과 타선이 분발한 경기에서도 뒷심 부족으로 무너질 때가 많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가장 안 좋은 구단은 두산이다. 무려 9.12다. 두산은 선발을 포함한 팀 평균자책점이 7.00으로 리가 최하위다. 하지만 타율 0.330(1위), 장타율 0.508(3위)에 올라있는 타선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최근 KBO 리그 사령탑들은 5점차 리드도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발계수가 낮아진 공인구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야 멀리 뻗어나가는 타구가 늘어나면서 막판 승부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리그 장타율은 0.385, 하지만 올시즌 현재 리그 장타율은 무려 0.432로 높아졌다. 이는 타고투저가 절정이었던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록에 근접한 수준이다.

뒷문이 강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 불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일정이 단축되면서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가 편성되면 불펜의 체력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개 구단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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