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류현진, 위기가 오면 탈삼진 본능 깨어난다

토론토 류현진, 美 데뷔 후 9이닝당 삼진 비율 가장 높아
득점권 위기에서 기록한 9이닝당 삼진은 리그 전체 3위
작년에는 규정이닝 소화한 61명 중 59위…눈에 띄는 변화

메이저리그 토론토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33)이 지난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3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에서 비롯됐다.

류현진에게 득점권 위기가 많았다. 2회말 무사 1-2루, 5회말 2사 1-2루, 6회말 무사 2루 등 위기 상황이 계속 됐다.

하지만 류현진이 허용한 적시타는 1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동료들의 주루사와 수비 실수가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6이닝을 버텼고 1실점으로 잘 막았다.

2대1 팀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1패)을 수확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을 2.72로 낮췄다.

류현진이 득점권 위기에서 잡아낸 아웃카운트 7개 중 절반이 넘는 4개가 탈삼진이었다.

류현진은 2회말 1사 2-3루에서 두 타자를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5회말 실점 후 계속된 2사 1-2루에서는 4번타자 헤수스 아길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6회말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알파로는 풀카운트에서 류현진이 낮게 던진 날카로운 커터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류현진은 이날 총 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올시즌 자신의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43이닝동안 4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표본이 작지만 9이닝당 삼진 비율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높은 10.05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활약한 7시즌동안 9이닝당 삼진 비율 8.08을 기록했다. 2018시즌 기록한 9.7(총 82⅔이닝 탈삼진 89개)이 종전 최고 수치였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지난해에는 8.0(총 182⅔이닝 163개)을 기록했다.

이처럼 류현진은 올해 더욱 향상된 탈삼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맞춰 잡는 투구보다 헛스윙을 유도하는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류현진이 2020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기록한 9이닝당 삼진 비율은 12.96으로 높다.

4일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15.30), 2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디넬슨 라멧(15.26)이다.

류현진에 이어 공동 4위에 올라있는 투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셰인 비버와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로 각각 12.79를 기록 중이다.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린 4명은 류현진과 달리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는 투수들이다.

슈어저와 비버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평가받는다. 라멧과 콜은 평균 시속 97마일 내외의 패스트볼을 자랑하는 투수들이다. 콜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몸값이 비싼 투수이기도 하다.

이처럼 득점권 위기에서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류현진이 지난해 득점권 위기에서 기록한 9이닝당 삼진은 5.45다.

2019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61명 가운데 59위에 불과했다.

인플레이 타구의 변수를 제거하고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삼진은 투수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다. 포심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정교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흔든다.

올해는 특히 위기 상황이 오면 집중력을 끌어올려 웬만한 '파이어볼러' 못지 않은 탈삼진 능력을 뽐내고 있다.

토론토의 수비 능력은 다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류현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방식이 달라졌을 뿐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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