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었던 테슬라…LG화학·현대차, 시간 벌었다

'배터리 데이' 3대 핵심…반값 전기차‧차세대 배터리‧목표 생산량
향후 1년, 3년, 10년 단위 자율주행, EV 판매대수, 배터리 생산 계획 밝혀
국내 주력과 방향 일치…가격 경쟁 내몰렸지만 호재 될 수도

'배터리데이'에 등장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미국 테슬라가 22일(미국 서부 현지시간) '배터리 데이'를 통해 최소 향후 3년간의 비전을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우리식 격언이 재확인된 자리였다.

더 나아가 테슬라가 내연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배터리로만 주행하는 순수 전기차(EV)를 처음 내놨을 때만 해도 무주공산(無主空山) 같았던 상황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회적으로 드러났다.

최근 치열한 경쟁의 결과,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회사들의 기술 수준이 동반 상승하면서 테슬라만의 신기술 혁신이 쉽지 않아졌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풀어놓은 보따리는 네 가지 큰 줄기로 요약된다. △배터리 기술과 관련된 테슬라의 계획 △향후 테슬라의 목표 생산량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 △차세대 전기차의 플랫폼 등이다.

◇반값 배터리‧전기차…CATL 울고, LG화학 웃을까

'배터리 데이'였던 만큼 처음부터 초점은 배터리 자체였다. 핵심적인 것은 세 가지다. 첫째 '4680 배터리' 진행 계획, 둘째 2022년까지 10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생산, 셋째 코발트를 줄인 하이 니켈 배터리 등이다.

'4680'은 배터리의 지름을 46mm, 높이를 80mm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이는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배터리의 사이즈를 키운다는 것으로 이른바 '반값 배터리'의 골자다.

머스크는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가 긴 주행거리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년 6개월 뒤 배터리 가격을 56% 더 낮출 것"이라며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더 강력하고 오래 가며 가격은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안전과 효율을 위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 로우 코발트‧하이 니켈 등을 놓고선 당초 예상과는 다르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우선 2년 동안 100기가, 10년 동안 3테라(1twh=1000gwh)의 배터리 생산량을 제시한 것을 놓고선 "자체 생산 계획이라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배터리 생산 20년 경력의 LG화학의 올해 전체 생산량을 넘어서는 것을 테슬라가 2년 안에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테슬라가 제시한 '로우 코발트‧하이 니켈', 실리콘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배터리 등의 기술은 우리나라의 LG화학과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 중인 것과 같은 표준이다. 일본의 파나소닉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테라팩토리' 급으로 제시한 배터리 생산량의 큰 그림은 결국 단기적으로 테슬라의 배터리 직접 생산에 초점이 있다기보다 배터리 공급자 간 경쟁구도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효율성이 좋은 하이 니켈 배터리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생산하고, 저렴한 리튬‧철‧인산(LFP) 배터리는 중국이 생산하는 '이중구조' 속에서 반값 배터리와 25000달러짜리 반값 전기차를 만들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공동 개발한다고 알려졌던 100만마일(약160만km) 수명의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의 신기술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우리도 하이 니켈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라는 중국 CATL의 배터리 데이 직후 반응에 실망감과 위기감이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가격 경쟁에 직면했지만, 헤쳐나가는 결과에 따라 테슬라의 배터리 증산 계획이 나쁘지만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 (사진=연합뉴스)
◇올해 안 '자율주행 레벨4', 폭발적 전기차 생산량…현대차는?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도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머스크는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내놓겠다"고 한 데 이어 3D(3차원) 입체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자율주행 기능, 50만대에 육박하는 올해 차량 생산량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에는 다시 '베타 버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현재 시판 중인 모델3의 자율주행은 레벨 2~3 정도로 평가된다. 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기존 발표를 다시 제시했지만, 업계에선 '올해 안'이라는 시점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다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현재 시판 중인 차량 중에선 가장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올해 생산량보다 향후 생산량을 예측하게 하는 배터리 규모이다. 머스크가 밝힌 '2022년 100기가, 2030년 3테라'를 통해 향후 목표 생산‧판매량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테슬라의 차량들이 70~80kwh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100gwh는 130~140만대 규모다. 향후 2~3년 안에 연간 50만대의 전기차 생산량을 3배 가까이 증가시킨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는 2025년 100만대 생산을 목표치로 제시한 현대차의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다.

10년, 3twh의 계획을 전기차 생산에 국한된 것으로 해석하면 4000만대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의 목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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