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충돌' 與 의원들, 첫 재판서 혐의 부인…"정치적 기소"

23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재판 진행
박주민·박범계·이종걸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 5명 기소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서 자유한국당 관계자 폭행한 혐의
폭행 등 혐의 전면 부인…박범계 "정치적 기소"
박주민 의원 "정당한 업무 위한 과정이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필요성 강조하기도

박범계(왼쪽부터), 박주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걸, 표창원 전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사건 관련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지난해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의 첫 정식재판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검찰이 정치적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민주당 박범계·김병욱·박주민 의원과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 보좌관 및 당직자 등 모두 10명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 첫 공판을 열었다.

박범계 의원 등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올해 초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공동폭행, 공동상해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1994년 첫 판사로 부임했던 남부지법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정치적 기소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은 현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기소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적대시, 부정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국민주권주의, 의회주의는 우리 헌법과 사법부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에 출석한 박주민 의원은 "저희들이 물리력을 써서 강제적으로 해야겠다, 폭력행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오랫동안 빈 회의실을 찾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당시에 폭행이라고 불릴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와 같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폭행이라고 부를 만한 물리적 충돌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정당한 업무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원들이 법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것을 막았던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도 나왔다.

이종걸 전 의원은 "(야당에 대항해)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기소한 것이야말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며 "검찰의 잘못된 점들이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병욱 의원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소) 결과를 받았다"며 "국회의원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인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표창원 전 의원은 "20대 국회 한 사람으로서 최악의 국회로 오명을 받았던 점에서 먼저 반성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의 대표자로서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물리적 충돌을 한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도 "법안 제출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범죄에 맞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며 위법성 조각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폭행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에도 틀린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 측은 공모관계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의원 및 당직자들 간의 공모관계를 부정했다. 변호인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모했다는 것인지 아무런 특정도 없이 공모관계가 존재한다는 (검찰 측) 주장은 피고인들을 범죄단체 조직원들쯤으로 취급하는 투망식 기소로,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 측은 "당시 인력이 60~70명가량이었던 경호기획과 측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의) 봉쇄 행위를 끌어내리기 부족해, 민주당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 주장에 검찰은 "객관적 증거에 따라 충분히 상세하게 공모사실을 특정했다"고 반박했다.

영상증거 조사 등 증인신문 순서를 두고도 변호인과 검찰은 이견을 보여왔다.

앞서 피고인 측은 "영상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시 즉시 의견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식은 재판을 불가피하게 지연시키고 설전만 남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영상증거 조사가 다 종료된 후에 피고인 측이 별도의 의견 진술 기회를 갖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4월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담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대치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모두 94명을 조사했고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포함해 37명을 재판에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등 10명,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 등 27명이 기소됐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지난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국회 관계자 및 관련 참고인 16명에 대한 증거조사기일을 3차례에 걸쳐 열기로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의 다음 재판 기일은 당초 10월 2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국정감사 등의 국회 일정을 이유로 미뤄져 11월 25일로 정해졌다.

재판장인 오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어느 한 편 치우침 없이 성실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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