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인 오재현, KBL 선배들은 이미 주목하고 있었다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한 가드 오재현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 구단들은 국내에서 훈련하는 비시즌 기간에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자주 한다. KBL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프로-대학 팀들의 연습경기에서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 후보를 제외하고 프로 구단들의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프로 선배들과 직접 맞붙은 연습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 선수는 서울 SK가 지난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지명한 한양대 출신 가드 오재현이다.

한양대 3학년 재학 중에 프로 진출을 선언한 '얼리 엔트리(early entry)'다.

오재현은 신체 조건이 우수하다. 공식 신장은 186.4cm인데 양팔 길이를 뜻하는 윙스팬(wingspan)이 무려 198cm다. 농구 경기에서는 포지션을 막론하고 팔이 길면 일단 유리하다.

또 대학 선수는 프로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왜소한 편이지만 오재현은 탄탄한 체구와 이미 프로 수준의 파워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몇 프로농구 선배 선수들은 한양대와의 비시즌 연습경기 때 오재현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수비력과 근성있는 플레이를 직접 보고 혀를 내둘렀다는 선수들이 적잖았다.

오재현은 8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KBL 데뷔전을 치렀다.


SNS 논란을 일으킨 최준용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KGC인삼공사의 가드진에 대항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문경은 감독의 판단에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프로 데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오재현은 SK가 20점차 가까이 밀려 패색이 짙었던 4쿼터 중반에 코트를 밟았다.

출전시간은 6분 남짓이었고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음에도 오재현의 플레이는 강렬했다.

특히 KGC인삼공사의 간판 가드 변준형이 드리블하는 공을 가로채 폭발적인 속공 득점으로 연결한 장면은 68대83으로 크게 진 SK의 위안거리 중 하나였다.

오재현은 짧은 출전시간 동안 6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오재현을 테스트하고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투입했는데 너무 잘했다"며 "오늘 오재현 한명만 잘해줬고 열정을 보여줬다. 잘 다듬으면 좋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은 감독은 오재현의 수비력 그리고 볼핸들러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 팀은 가드진이 2대2 상황에서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능력과 1대1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는데 오재현의 수비 활약이 좋았다. 또 김선형 외에 볼핸들러가 없는데 또 한명의 볼핸들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KBL)

올해 선발된 신인 가운데 2순위 지명을 받은 부산 KT의 가드 박지원이 벌써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박지원은 프로 데뷔 2경기에서 평균 22분 동안 7.5득점, 4.5어시스트, 4.5리바운드를 올리며 KT 상승세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드래프트 사상 첫 고졸 1순위 지명자 차민석(서울 삼성)은 팀 자체 연습에서 선배들의 호평을 얻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신인이 당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치기는 어렵다. 작은 가능성만 보여줘도 구단과 농구 팬은 설렘을 느낀다. 그게 신인선수의 힘이자 가치다. 오재현의 인상깊은 데뷔전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져있는 SK에게 위안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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